지질과학이 어렵다, 건조하고 지루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사실은, 지질과학은 매우 논리적이고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어렵고 지루한 것은 원리와 유래를 모르고 나열된 지식을 기계적으로 외우기 급급하기 떄문입니다. 지질 현상과 원리를 설명하면서 이에 얽힌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같이 소개한다면,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한 순간에 날아갈 것입니다. 이에 여기에 지질과학 관련 일화를 모읍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발견에서부터 한국의 지질학 발전 과정에서의 작은 일들까지 관련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그리고 현재 지질과학을 공부하면서 일어나는 즐겁고 다양한 뒷얘기들을 공유해 주세요.
인류와 석유의 이용
손병국
일반
1
17,215
2002.02.27 16:17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에너지원은 나무였다. 장기간의 나무사용 기간을 지나
서 산업혁명을 계기로 석탄이 18세기경부터 나무를 대신한 연료자원으로 사용
되었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1950년대가 되면서 비약적인 산업의 발전과 더불
어 석유의 이용이 급증하게 되고, 현재는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전 에너지의
65%가 석유에서 나오고 있다. 오늘날 석유는 연료ㆍ에너지자원 뿐만 아니라 석
유화학공업의 원료로써 인간생활에서 필수 불가결한 인류의 필수품이 되고 있
다.
그러면 인류는 언제부터 석유를 이용하여 왔을까? 인류와 석유와의 관계는 의
외로 오래되었다. BC 3000 년경에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지방에 살고 있었던 슈메르인은 대리석을 조각하여 입상을 만들었다. 그 입
상의 눈에 안구를 고정하기 위하여 아스팔트를 접착제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 후 BC 2500년경에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만들 때 아스팔트를 방부제로 사
용하였다. 또한, 배 등의 방수재료로써 아스팔트를 사용하였다. 고대 페르시아
는 BC 4세기부터 AD7 세기에 이르기 까지 배화교라고 불리는 "불의 신앙"이 번
성하였다. 그 중에서도 조로아스터교는 특히 유명하다. 배화교에서는 천연가스
가 분출하는 곳에 불의 제단을 세우고 분출하는 천연가스를 연소시켜서 그 불
을 신격화하고 이것을 사람들은 숭배하였다. 유럽에서는 15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서 석유는 귀중한 약재로 생각되었다. 비슷하게 북미의 인디안은 석유를
약제로써 몸에 발랐다. 또한 신에게 기도를 드릴 때는 석유를 태웠다. 이처럼
석유는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되기 이전부터 다양한 용도로써 인류에 의하여 이
용되어 온 것 같다.
우리나라는 현재 석유와 관련된 유물이나 역사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
나 우리나라와 이웃하고 있는 일본은 석유와 관련된 유물이 출토되고 있으며,
역사기록에도 석유에 관한 기록이 나타난다. 현재 일본은 양은 적지만, 니이가
타와 아키타 지방을 중심으로 육상과 대륙붕에서 석유가 산출되고 있다. 석유
의 이용에 대한 흔적은 옛날 조몬시대 (일본의 선사시대) 로 거슬러 올라간
다. 즉, 약 5000-3000년 전의 유적에서 중질유인 아스팔트가 발라진 석기와 토
기가 발견되고 있으며, 아스팔트는 깨진 부분을 붙이는 접착제로 사용되었다.
아스팔트가 발라진 선사시대 유물들은 현재 석유가 산출되고 있는 니이가타
및 아키타지방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역사책인 일본서기에 의
하면 668년에 현재의 니이가타 지방에서 "불에 타는 흙"과 "불에 타는 물"이
왕에게 헌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불에 타는 물은 석유일 것이고 불에 타는
흙은 아스팔트였을 것이다.
석유가 지표에 유출되면 휘발성분이 날아가고 중유성분이 농집하게 되어서 천
연의 아스팔트가 된다. 고대의 우리 인류는 주로 이 아스팔트를 이용한 것 같
다. 그러나 고대인들은 자연발화와 인화등의 원인에 인하여 석유가 타는 것을
보았을 것이고, 석유를 접착제 뿐만 아니라 등화용으로도 사용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