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우주 탄생 비밀 밝혀줄 중력파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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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우주 탄생 비밀 밝혀줄 중력파를 찾아라

꼬꼬마 0 9,764 2008.02.18 11:21
[서울경제신문:  2008-02-18 ]
 
 
 빅뱅 발생의 가장 강력한 증거검출될 경우 천문학에 새로운 지평 열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현재 우주 탄생은 빅뱅 이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우주는 과거에 대한 흔적을 가지고 있으며, 빅뱅이 일어난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중력파가 빅뱅이 일어났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다. 하지만 중력파는 너무 미미해서 관측하기가 어렵다.

과학자들은 지금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각종 방법을 찾고 있다.

만일 중력파가 검출된다면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더 많은 사실들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공간에 퍼지는 물결]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과 지구, 태양, 은하, 그리고 우리 자신이 만들어진 것은 약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서다.

고밀도의 점으로부터 폭발해 이 모든 물질이 만들어졌고 엄청나게 급속한 팽창을 했다는 빅뱅 이론(정확히는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론 연구자들이 우주에 남아있는 모든 증거를 관측하고 합리적으로 추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폭발을 통해 세상이 탄생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주의 탄생은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

하지만 우주는 과거에 대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고, 빅뱅이 일어난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우주가 탄생한 직후 급속한 팽창(인플레이션)을 거쳤다고 믿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우주 전역에 걸쳐 매우 균일한 온도로 퍼져있는 우주배경복사다.

또한 빅뱅이 일어났다는 증거 중 하나는 엄청난 폭발 순간 생성된 ‘중력파’다.

137억년 전 생성돼 우주에 퍼져 있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면 빅뱅이라는 사건의 자취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중력파란 무엇일까.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파동이 있다.

잔잔한 호숫가에 돌을 던지면 수면에 동심원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물결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파동의 종류다.

중력파는 중력과 관련된 파동이다.

전하를 띤 입자가 가속운동을 할 때 전자기파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는 중력파가 퍼져나간다.

수면이 일렁이듯 시공간이 일렁이는 것이다.

중력파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빛의 속도로 퍼지며, 중력파가 지나는 곳에서는 공간이 ‘十’자 또는 ‘X’자 모양으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며 일렁인다.

질량이 큰 물체일수록, 운동 속도가 빠를수록 생성되는 중력파의 강도도 커진다.

질량이 있는 물질이 가속운동을 할 때마다 늘 중력파가 생긴다면 사람이 걷기 시작할 때, 공을 던지고 받을 때, 세상 대부분의 물질이 움직일 때마다 중력파가 나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인이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물체가 출렁이는 것을 한 번도 보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런 저런 실험장비로 무장한 전문가들 역시 아직 한 번도 중력파를 검출한 적이 없다.

중력파의 존재는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함으로써 처음 그 존재가 예견됐지만 100년이 가깝도록 검출되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는 중력파의 영향이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네 가지 기본 힘(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중 중력은 가장 미약한 힘이고, 웬만한 중력을 행사하는 물질이 아닌 한 중력파도 미미하다.

가령 우주에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중력파를 낼 수 있는 원천은 초신성 폭발, 중성자 별끼리의 충돌, 그리고 블랙홀끼리의 충돌 등이다.

이 같은 사건이 우주에서 일어나 여기서 퍼져 나온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하면 그 중력파의 강도는 10의 20제곱 분의 1정도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계산하고 있다.

즉 1m 길이의 물체가 있는 곳에 중력파가 지날 경우 10의 20제곱 분의 1m의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시공간의 변화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10의 20제곱 분의 1m는 양성자 1개 크기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 전체의 크기 변화라고 해 봤자 0.0000000001㎜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정도다.

[100년 만에 정체 드러낼 중력파]

이처럼 미미한 중력파는 아직 한 번도 직접 관측된 적이 없지만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정밀한 길이 변화 측정 장치를 통해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최초의 중력파 검출기는 ‘웨버 바’라고 불리는 것이다.

1960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조지프 웨버 교수가 지름 1m, 길이 1.5m의 알루미늄 관을 만들어 태양이 붕괴할 때 나올 수 있는 중력파의 진동(1,660㎐)에 공명하도록 고안했다.

웨버 교수는 수차례 중력파를 검출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지만 나중에 다른 실험에서 확인되지 않아 잡음을 중력파 신호로 착각했던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이후 세계 각국은 수억 달러의 거금을 들여 LIGO, VIRGO, GEO, TAMA와 같은 보다 정밀한 검출기를 설치했다.

이 같은 검출기로도 중력파는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LIGO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끝나는 2009년이면 LIGO의 민감도가 훨씬 높아져 사상 최초로 중력파가 검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 즉 레이저 간섭 중력파 검출기의 기본 개념은 다른 검출기들과 다를 게 없다.

빛을 가득 채운 2~4㎞ 길이의 관을 90도 각도로 펼쳐놓고 중력파가 지날 때 이 관의 길이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력파로 인한 길이의 변화가 10의 20제곱 분의 1 수준으로 미미하고, 이러한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검출기는 너무나 민감해서 중력파 신호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잡음이 존재한다.

지진이 일어나거나, 자동차나 기차가 지나치거나, 나무가 쓰러지거나, 먼 해안가에 부딪히는 파도조차 민감한 검출기에는 잡음으로 영향을 미친다.

보다 더 야심찬 중력파 검출 계획도 있다.

지상에서는 더 이상 민감한 검출기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LIGO와 같은 중력파 검출기를 우주 공간에 건설하자는 계획인데,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가 바로 그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거대 프로젝트다.

LISA, 즉 레이저 간섭 우주 안테나는 3대의 우주선이 삼각형 모양으로 500만㎞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500만㎞ 길이의 관 3개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지상의 검출기 길이보다 100만 배나 긴 것이어서 지상에서는 검출할 수 없는 중력파까지 잡아내는 막강한 검출기가 된다.

삼각형 모양의 중력파 검출선 3대는 지속적으로 방향을 바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오는 중력파들을 효과적으로 검출하도록 돼 있다.

우주배경복사 탐사선(COBE)이 지난 1998년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해 우주 생성 초기의 흔적을 찾아냈듯이 LISA는 우주 초기 중력파의 흔적을 관측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우주배경복사가 생성된 것은 빅뱅 순간으로부터 30만년 정도가 지난 후의 일이지만 LISA가 검출할 수 있는 우주 초기 중력파는 빅뱅이 일어난 지 1조 분의 1초 후에 발생한 것이다.

LISA는 또한 우리 은하 안에 존재하는 쌍성(2개의 천체가 서로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이 공전할 때 생기는 중력파나 다른 은하에 존재하는 블랙홀에서 나오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

하지만 LISA는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컴으로 중력파 함수 계산]

우리나라는 아직 이 같은 거대한 실험 장비를 구축할 여유가 없지만 그래도 중력파 연구에 일조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강궁원, 최대일 박사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민감한 실험장비가 아니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이론적으로 중력파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블랙홀 충돌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중력파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이론적으로 계산해 낸다.

이러한 계산치가 있어야 실제 설치된 검출기에 중력파가 검출되면 이론적 예측치와 제대로 일치하는지를 비교해 중력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잡음 신호가 아니라는 증거도 된다.

최 박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센터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2005년 세계 최고의 연산속도와 메모리를 자랑하는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슈퍼컴을 이용, 가장 단순한 형태의 블랙홀 충돌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를 계산해 냈다.

가장 단순한 형태란 충돌하는 두 블랙홀의 질량이 서로 비슷하고 각각의 블랙홀이 자전하지 않는 경우다.

이후 최 박사와 강 박사는 KISTI의 슈퍼컴을 사용해 질량비가 서로 다르고, 자전하는 경우 등 다양한 블랙홀들의 충돌 때 발생하는 중력파를 계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강 박사는 “블랙홀이 충돌할 때 시공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하려면 시공간을 작은 격자로 잘게 나눠 각각의 격자에 120개의 변수를 대입하는 계산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격자를 작게 나눌수록 보다 정밀한 계산이 나온다. 실제 AMES의 슈퍼컴을 가동한 시간은 80시간이었는데 일반적인 PC 하나로는 10만 시간(10여년)이 걸리고, 저장용량도 수백 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천문학의 새 지평]

중력파 검출장비는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만 밝혀졌던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게끔 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LIGO와 LISA의 쓰임새는 초기 중력파의 검출 뒤 무궁무진한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중력파를 이용한 천문학 관측이라는 새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천문학 연구는 16세기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처음 개발, 별빛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후 조금씩 관측 수단과 범위가 넓어졌다.

광학망원경은 구경을 보다 크게 만들어서 더 멀리, 더 희미한 별빛까지 잡아냈다.

하지만 너무 멀리 있거나 블랙홀처럼 빛을 내지 않는 천체의 경우 아무리 광학망원경이 커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강력한 전파, X선, 감마선 등을 검출할 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블랙홀에서 분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X선 등을 관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천문학적 관측 수단이 하나씩 늘었지만 가시광선, X선, 감마선, 전파는 결국 전자기파의 다른 주파수 대역일 뿐이다.

중력파는 전자기파가 아닌 천체의 변화를 감지하게끔 하는 전혀 새로운 관측 통로인 것이다.

즉 초신성이 폭발할 때 생성되는 중력파는 광학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초신성의 겉 부분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려준다.

천체의 사건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중력파는 전자기파처럼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주 초기의 정보를 잃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물론 중력파는 멀리 갈수록 약해지기는 하지만 거침없이 시공간을 가로질러 퍼진다.

LISA가 본격 가동할 경우 빅뱅 직후의 중력파까지 검출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중력파 검출기를 ‘중력파 망원경’으로 쓰게 될 날이 도래하면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지리라는 기대에 들떠 있다.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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