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름 / 강쇠
가루지기타령은 옹녀와 변강쇠의 활달한 성 행각을 다룬 판소리로, 영화와 만화의 밑감이 되기도 하였다. 몽골 사람이름에 간토모르가 있다. 말 그대로 강철, 바로 강쇠이다. 몽골말 ‘간’과 우리말 ‘강’이 서로 만나고 있다. ‘강’이 든 이름에 강이·강가히·강고리·강돌이·강마·강만이·강비·강상이·강치가 있다. 강골(强骨↔약골)은 단단하고 굽히지 아니하는 기질을 이르며 강돌은 강이나 냇가에 있는 호박돌이다. ‘강생이’(강상이)는 고장말로 강아지이고 강치는 몸집이 물개와 비슷한 바다 동물로, 지느러미 모양의 다리를 갖고 있다.
쇠를 만들 때 쇳돌(철광석)과 횟돌(석회석)을 용광로에 넣고 가열하면 쇳돌 찌끼와 횟돌이 엉긴 슬래그는 위로 뜨고 쇳물만 아래로 고인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무쇠(주철)이다. 무쇠는 단단하나 탄소가 많아 잘 부러진다. 달군 쇠를 두드려 단련하는 것을 불린다고 한다. 무쇠를 불린 것이 시우쇠(정철)이다. 탄소량이 0.035~1.7%가 되게 불린 것이 강쇠(강철)로, 질기고 녹도 덜 슨다. 탄소의 함량이 매우 적은 ‘무른쇠’(연철)는 ‘뜬쇠’라고도 한다. 사람이름에 ‘무쇠·믈쇠’가 있다. 수철(水鐵)로도 불리는 무쇠는 ‘믈쇠’에서 비롯된 듯하다.
첫가을에 부는 바람이 하필이면 강쇠바람일까? 용광로 같은 여름 끝, 열기에 그을린 강쇠 같은 사내들 사이로 부는 바람인 모양이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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