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남긴 열기, 에너지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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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 남긴 열기, 에너지로 만들다

조선일보 0 9,857 2008.01.30 15:54
[조선일보:  2008-01-30]
 
 
 
[자연이 미래 에너지다] [ 지열(地熱)의 나라, 아이슬란드 ]
지하 1000m 지열, 난방·온천수 등에 활용 석유사용 급감… CO2 줄어 환경오염 막아

지난 25일(현지 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시(市)엔 이른 새벽부터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눈보라가 몰아쳤다. 하지만 도로 위에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포장 도로 아래에 묻힌 온수 파이프가 도로를 따뜻하게 데워 눈을 녹이기 때문이다. 파이프 속을 흐르는 온수는 땅속 1000m 지하에서 지열(地熱)로 데워진 물을 뽑아 올린 것이다. 유럽의 가장 서북쪽 북대서양에 위치한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Iceland)는 인구 30만명 가량의 소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 4427달러(2005년 기준)에 이르는 부자 나라이다. 바로 이 지열 덕분이다.

■재앙의 불씨를 경제발전의 불씨로

아이슬란드에서는 1783년 레이키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와 용암, 연기로 9000여명과 가축 80%가 목숨을 잃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그 재앙의 여파로 인구의 4분의 1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2004년 11월엔 아이슬란드 중부 빙하호(湖) 아래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바람에 항공기가 이 지역을 긴급하게 우회해서 돌아가는 등 화산활동으로 인한 위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인들은 이 재앙의 불씨를 동토(凍土)를 녹이는 경제발전의 불씨로 삼았다. 지진과 화산활동 등에서 비롯된 풍부한 지열(地熱)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수도 레이캬비크시(市)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어로 '김 나는 만(Smoky Bay)'이란 뜻의 레이캬비크시는 땅에서 김이 올라오는 곳에 주전자를 올려놓으면 물이 끓고, 감자를 묻어두면 감자가 익을 정도로 지열에너지가 풍부한 곳이다.

지열에너지를 처음 난방에 이용한 사람은 평범한 한 농부였다. 1907년 레이캬비크시의 이 농부는 온천에 콘크리트 파이프를 연결해 자신의 집 난방에 사용했다. 이어 1930년부터 레이캬비크시는 난방을 위해 시 전역에 파이프 라인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또 인근의 아크라네스, 보르까르비끄르시(市) 등과 함께 '레이캬비크 에너지'를 설립, 지하 1000m 깊이까지 닿는 시추공을 뚫어 20개 도시, 아이슬란드 인구의 67%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지열에너지를 활용한 난방용 온수와 전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

■물고기 기르고, 도로 눈 녹이는데도 활용

2006년 기준, 지열에너지 소비량은 아이슬란드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수력에너지 18%, 석유에너지 20%, 석탄에너지 2%이다. 과거 1940년대에는 석탄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70%를 차지했지만, 석유가 석탄을 대체했고, 1970년대 후반 '오일 쇼크'로 석유값이 급등하자 석유 사용은 급감한 반면 지열에너지의 사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지열에너지는 난방(54%)에 가장 많이 쓰이며, 전기 생산 28%, 난류성 어종 양어(養魚) 5%, 수영장 4%, 제설 및 해빙 4%, 온실 3%, 기타 산업에 2%가 쓰인다. 과거 난방은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에너지에 주로 의존했으나 지열에너지가 이를 대신함으로써 아이슬란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대 이후 연간 1만t 이하로 급감했다. 레이캬비크 에너지의 에리쿠르 홍보팀장은 "지열에너지가 전체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87%를 공급하기 때문에 과거 심각했던 대기오염도 이젠 찾아볼 수 없다"며 "지열에너지 사용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 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지열을 이용한 전기 생산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열발전은 시추공을 통해 고온의 지하수나 수증기를 끌어올려 그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발전방식이다. 터빈을 돌리고 나온 지하수나 증기는 찬 물을 데우거나 실내 난방에 쓰이게 된다. 2006년 아이슬란드의 지열발전소는 전체 전기 생산(9925기가와트·1기가와트는 10억와트)의 26.5%에 해당하는 2631기가와트를 생산했으며, 2009년에는 3000기가와트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안준호 기자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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