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재앙과 에너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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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재앙과 에너지정책

꼬꼬마 0 9,670 2008.04.28 15:51
[Editor Column | 2008 년 04월 27일 일요일]
 
프랑스 푸아티에 위치한 ‘퓨터로스코프 테마파크’는 최근 500만 년, 1억 년 뒤 지구의 생태계를 예측한 3차원 입체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지질학자, 고생물학자들의 자문을 토대로 향후 지구의 환경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만든 가상현실 체험관인데,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이 테마파크는 화석 연료 고갈과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인류가 자취를 감추며 지구는 2차 빙하기를 거쳐 500만 년 후에는 공룡과 비슷한 형태의 거대 생명체들을 맞게 된다는 가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영장류인 ‘바부리카 원숭이’가 등장하고, 4개의 날개를 지닌 ‘대형 윈드러너’, 거북이가 진화한 형태로 몸무게가 120t에 달할 ‘토르아톤’, 칠면조의 진화종인 ‘카 라러’등 신종 생물체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18세기 시작된 산업혁명은 분명히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줬지만, 동시에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는 신호탄이었다. 산업의 발달은 전 세계적으로 석탄과 석유 등 한정된 지구의 자원을 캐내는 경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의학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수명을 지속적으로 늘려 지구상에서 ‘수명과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는 불멸의 종(種)’이 돼 버렸다. 산업혁명 당시 5억 명도 되지 않던 세계 인구는 이제 70억 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자원은 유한한데 그 자원을 나눠 쓸 인구만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려 산업혁명이 없었더라면 어떤 상황이 이어질까. 인류는 지금보다는 훨씬 배고프고 불편하게 살지는 몰라도 자원 문제는 앞으로도 1000년 후에나 고민할 테마임이 분명하다.

오늘날 지구 자원의 현실과 앞날을 보면 암담하기만 하다. 현재 각국이 공개한 원유 부존량은 총 1조 배럴로 인류가 30여 년 사용할 분량이다. 여기에다 캐나다의 오일샌드,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의 중질유 등 채굴이 힘들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부존량까지 모두 합산하더라도 인류가 100년가량 사용할 분량(3조 배럴)에 불과하다.

천연가스의 확인 매장량은 65년분, 고품위 석탄은 174년분, 우라늄은 60년분으로, 현 인류는 향후 ‘손자’ 대에서 최후를 맞느냐 여부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다행히 원유 등 현재 사용하는 연료를 완벽하게 대체할 자원이 등장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태양광, 지열, 조력, 풍력 등 대체에너지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구 자원의 시계’는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서로 경쟁적으로 원유 확보 경쟁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정작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더욱 한심하다. 공급 부족에 따른 국제가격 상승에는 수요억제 정책을 활용해야 하는데, 반대로 소비자가격 억누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2000년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6달러이던 원유가격이 최근 100달러대로 5배 가까이 올랐는데 휘발유값은 ℓ당 1250원에서 1700원으로 36%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요즘 한낮에도 서울시내에 빽빽이 다니는 자동차들을 보면 십중팔구 ‘나 홀로 차량’이다. ‘아직은 이 정도 기름값에 차 끌고 다닐 만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인기 위주의 정책을 쓰려다 보니 승용차 5부제, 탄력적 가격정책 등 근원 대책보다는 애꿎은 주유소들만 쥐어짜고 있는 형국이다.

폐암 걸린 환자가 기침을 심하게 한다고 감기약만 먹이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자원과 유가의 문제는 더 넓은 관점에서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박정규 이사대우 겸 편집인 (skyjk@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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