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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잘도 캐내네' 신통한 화성 탐사로봇
최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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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5 15:29
[조선일보 : 2008-01-05]
온천수가 화산암과 만나 만들어진 흙 발견
화성 탐사 로봇 스피릿이 우연히 파헤친 곳에서 미생물 생존에 완벽한 조건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이는 화성의 과거가 드러났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스피릿의 바퀴가 망가져 헛돌다가 파낸 지점의 흙이 온천수나 뜨거운 증기가 화산암과 만나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구라면 이런 지형에서는 박테리아가 우글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12월 12일 보도
화성은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존재하거나 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이다. 또한 미래에 인류가 이주하여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미국은 2030년대 유인 화성 탐사를 우주 탐사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화성 탐사는 생명체의 존재와 과거의 흔적을 탐지하는 것이다. 특히 물의 존재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우주과학자들은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없고, 오존층이 없으며, 지각의 대류운동인 판구조 활동과 화산활동이 전무하단 점 등을 들어 현재는 생명체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5억 년 전에는 대기가 따뜻하고 두꺼워 미생물 정도의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피릿은 지금도 화성을 돌아다니며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NASA의 화성 탐사 로봇인 스피릿은 화성에 현재 또는 과거에 물이 존재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물의 흔적을 찾으면 생명체의 존재 여부도 자연적으로 밝혀지게 되고, 물은 미래의 유인 화성 탐사에 필요한 음료수, 산소 그리고 로켓 연료 등 중요한 자원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화성 탐사 로봇 소저너(무게 11.5kg의 전자레인지 크기)는 1997년 7월에 화성에 도착하여 6주간에 걸친 탐사 활동을 하였다. 초속 1cm로 움직이며 불과 수십 미터를 이동하였지만 화성 탐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 후 2004년 1월 미국 NASA는 보다 대형인 화성 탐사 로봇 스피릿과 쌍둥이 동생 오퍼튜너티를 각각 화성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스피릿의 무게는 173kg으로 소형 전동골프카트 정도의 크기다. 최초 스피릿의 임무 수행 기간은 90일이었다. 2004년 1월 3일 화성에 착륙한 스피릿은 현재 임무수행 기간을 16배나 넘긴 지금까지도 건재하게 활동 중이다. 하루에 40m를 이동할 수 있으며 반경 1km를 움직일 수 있어 이전의 소저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한다. 3차원 카메라, 광물성분 분석을 위한 알파 입자 X선 분광기, 열탐지장비, 드릴, 연마기 등을 갖추고 있어 '움직이는 지질학 실험실'이라고 불릴 만하다. 화성탐사선 스피릿은 이러한 장비를 동원하여 물에 의해 생긴 퇴적암층을 발견하였으며, 물속에서만 생성되는 황산염 결정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스피릿의 흥미로운 탐사 결과 중 하나는, 탐사 지역인 구세브 분화구에 있는 '마자찰(Mazatzal)'이라는 암석을 분석한 것이다. 이 암석을 통해 3개의 분리된 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구세브 분화구에 자체 물 공급원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최근 활약도 눈부시다. 스피릿의 화성 궤도선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흐른 물줄기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또 로봇 차량의 바퀴가 헛돈 자국에서 밝은 색을 띤 규산염의 존재도 밝혀냈다. 이는 과거에 물이 존재했었다는 또 다른 강력한 증거이며, 최근에도 화성에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해 지열 등의 원인으로 지하에 얼어있던 물이 지표로 분출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소규모의 열과 수분이 존재하는 열섬에 살아있는 생명체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화성의 물이 지표수인지 지하수인지 언제부터 물이 뒤덮고 있었는지 또 얼마나 오랫동안 물이 존재했었는지, 그 양은 얼마인지,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어떠한 형태로 있는지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이에 NASA는 더 상세한 연구를 위하여 향후 2년마다 화성에 무인 로봇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오는 2013년에는 화성에 로봇을 보내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집,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을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만일 화성에서 지구 외에 생명체의 존재가 밝혀지면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될 것이다. 과학은 물론 종교와 철학에 미칠 영향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최기혁·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