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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규한]백두산 화산, 남북이 함께 연구하자
김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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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23:15
아래 글은 이화여대 김규한 교수님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을 관리자가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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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7년 11월 5일]
신비의 산 백두산은 한민족과 중국 동북지역에서 여러 민족 건국신화의 무대다. 단군신화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백두산은 ‘흰 색깔의 부석이 산을 덮어 마치 하얀 머리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하여 생긴 이름이다. 중국의 한족은 불함(不咸)산 단단대령(單單大嶺) 태백(太白)산 도태(徒太)산 태황(太皇)산 노백(老白)산 장백(長白)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백두산은 지질학적으로 용암과 화산쇄설물층이 번갈아 분출하여 쌓인 대표적인 층상화산이다. 2700만 년 전인 신생대 올리고세에 대량의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하기 시작한 후 5차례의 커다란 화산분출이 있었다. 백두산 주변에는 400∼600m 두께의 현무암 용암층이 넓게 덮여 평평한 용암대지를 이룬다. 특히 화산분출 후기에 폭발적인 플리니형(Plinian)의 화산분출로 대량의 부석과 화산재가 동북아 하늘을 덮었다.
백두산은 1815년 인도네시아 톰보라 산과 함께 과거 2000년간 지구상에서 분출된 화산 중 최대 규모다. 다량의 화산재와 부석 덩어리가 멀리 일본 아오모리 현의 오가와라(小川原) 호까지 날아가 그곳 호수 퇴적층 중에 13cm 두께로 쌓였다. 이 진흙층에서 발견된 백두산 화산재와 일본의 도마코마이(苦小牧) 화산재층의 분출시대가 서로 유사해 백두산-도마코마이(B-Tm) 화산재층으로 알려졌다. 고고학적으로 시대 결정에 대단히 중요한 건층(鍵層)이 되는 화산재 층이다.
백두산은 사화산이 아닌 휴화산이므로 언제 또다시 대규모의 화산분출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화산분출을 예측하려는 지질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매우 유력한 방법 중 하나가 화산성 지진과 화산의 활동도를 평가하는 지진학적 방법이다. 지반의 융기나 침강, 수축, 변형, 밀도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도 오래전부터 활용됐다.
최근 백두산 주변에서 발견되는 여러 지질정보에서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다시 일어날 징조가 나타나 지질학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백두산 화구호 주변에 화산 분기공이 많이 관찰되며 지하의 뜨거운 지열류에 의해 뜨거운 온천수가 여러 곳에서 용출되고 있고 지하의 지열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1만 년 사이에 백두산 지역의 화산분출 활동 간격은 1300∼1500년이었다. 일본 규슈대의 화산물리학자인 에하라(江原) 교수는 이를 토대로 100년 이내에 백두산 화산분출이 재개된다고 예측했다.
장백온천마을에 설치된 화산관측소의 화산성 지진 발생 횟수는 1985년 3회, 1986년 12회, 1991년 29회, 2000년대에 240회로 급증했다.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방에 물과 휘발성분이 증가해 내부 압력이 점차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대 지진지화학실험실은 장백온천 가스를 분석한 뒤 일본의 화산지역과 유사한 헬륨가스를 확인했다.
백두산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화산 폭발이 다시 일어난다면 지구의 기후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화산 분출물로 인한 피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 미친다. 중국은 1986년부터 장백산 온천 부근의 화산 지진 관측소에서 지진활동을 모니터링했다. 그러나 백두산의 중요 지질 정보원이 북한 쪽에 더 많이 있어 관측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천지 주변의 백두온천과 용암대지 위의 제운온천, 금강온천은 화산 정보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백두산의 지진관측소 설치 운영과 온천분기공 가스 연구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한민족 영산인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연구하기를 기대한다.
김규한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