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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연구소장 최지영]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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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11:55
[ 국정브리핑 : 2007.11.13]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최치영 국립기상연구소장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최근 들어 기상청 관측 결과를 보면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 발생 횟수가 느는 추세다. 그러나 자세히 그 원인을 따져보면 과거보다 지진이 늘고 있다기보다는 지진 관측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측망이 늘어났고 아주 약한 미소지진까지 관측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관측 기술 발달로 발생 관측 늘었으나 중규모 지진은 줄어
1990년대 중반 이전의 지진발생 횟수는 연 20회 정도였으나, 디지털 기록계로 전환된 1990년대 말부터는 연간 40여 회가 넘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에는 기록하지 못했던 지진들의 관측이 가능함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며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지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졌다.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의 지진 및 지진해일의 피해 소식이 대대적으로 전해지고 있고 작년 북한의 핵실험 및 올해 1월에 발생한 오대산 지진 또한 전 국민에게 지진에 대한 강한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미소지진은 늘었지만 올해 한반도에 발생한 지진 중에 규모 3.0 이상인 것은 1월에 발생한 오대산 지진뿐이다. 연평균 9회 정도 발생하던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올해는 단 1회 만 발생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전체 지진 발생 횟수가 늘었지만 중규모 지진이 드물게 발생한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특이한 현상이다. 혹자는 이를 오대산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에 응축된 응력이 해소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지진예측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재난대비가 중요
많은 국민은 내가 사는 지역, 나의 삶의 터전이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지, 또는 내 재산이 피해를 보지 않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당장 내일 지진이 발생할지 한 달 후에 발생할지를 궁금해 한다. 태풍, 황사, 폭풍, 집중호우, 및 한파 등과 같은 기상재해와 달리 지진은 현재의 기술로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비록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 및 그 피해가 낮다 하더라도, 자연재해의 특성상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일으킨다.
예고 없이 발생하여 큰 피해를 일으키는 지진은 사전 예측이 힘들지만, 기상청은 지진 발생하면 지진원 분석을 통하여 신속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방재기관은 재난 대비 훈련을 통하여 피해발생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하여 자세히 모르기 때문인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지진의 발생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구의 껍데기를 구성하는 지각은 십 수 개의 판들이 서로 움직이면서 마찰을 일으켜 지진을 발생시키는데, 한반도는 판들의 경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판 내부에 있기 때문에, 판의 경계에 있는 일본, 대만과는 달리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처럼 판의 내부에 있으면서도 지진의 피해가 큰 국가도 있다.
한반도, 지진 발생빈도 낮지만 경계 늦춰선 안돼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들보다는 확률적으로 발생 빈도의 규모가 낮지만, 반드시 이것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역발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앞으로 언젠가는 대형 지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 역사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규모 혹은 대규모의 지진은 판의 내부에서 응력의 축적으로 발생한다. 올해 발생한 오대산 지진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국제 전문가들 모여 한반도 지진 위험 토의
과연 한반도는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이에 대한 심층 토의를 위하여, 국립기상연구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 10월 인천에서 지진재해 경감을 위한 국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이번 워크숍은 이런 주제를 토론할 좋은 기회였으므로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지진 전문가들이 참석해 활발한 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에서 발표된 한반도 최적의 지진관측 네트워크, 한반도에 이용 가능한 다양한 지진 규모식, 조기경보체계 구축 등의 주제는 향 후 기상청에서 지진관측 능력, 지진 통보 및 지진 분석 기술 향상에 활용하기 위함이며, 미국 지질조사연구소(USGS), 라스 알모스(Las Alamos) 국립연구소 등의 해외 기관에 지진 연구원 파견을 통하여 공동 과제 수행 및 선진 기술 습득가능성을 논의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지진은 특성상 조기 경보 또는 예측이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하자마자 신속 정확한 지진 규모 발표가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하여 기상청은 종합 지진관측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지진과 지진해일에 대한 국가 정책을 제시하며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를 차근차근 추진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최치영 국립기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