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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력 잃은 과학의 결말 (과학지상주의는 옳지 않은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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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12:52
[한겨레 2008-01-27 ]
[한겨레] 통합논술 교과서 / (34) 과학지상주의는 옳지 않은가?
문화콘텐츠로 접근하기 / [난이도 수준-중2~고1]
영화 <쥬라기 공원>(미국, 1994)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표작 <쥬라기 공원>은 정교한 특수효과와 더불어 한 편의 영화가 창출해 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부가가치의 대명사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
‘쥬라기 공원’은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치밀한 상상력은 작가의 소설에 남다른 힘을 불어넣는 요소인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러한 작가의 상상을 스크린 위에 실현해 냄으로써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남미 코스타리카 해안의 작은 섬에 쥬라기 공원이라는 기상천외의 놀이공원이 세워진다. 이 공원은 이미 멸종된 공룡이 뛰어노는 공간이다. 호박* 속에 갇혀 화석이 된 모기 피에서 채취한 공룡의 DNA로 각종 공룡들을 되살려내고 이들을 자연 상태에 풀어놓았다.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과거’의 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연일 인기를 더해가며, 쥬라기 공원은 가장 멋진 놀이공원으로 명성을 날린다. 그러던 중 공원 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쥬라기 공원 내 공룡은 모두 암컷으로 개체수와 이동 경로가 자동으로 탐지되고 있었다. 모든 공룡이 암컷일 수 있었던 이유는 출생 전 DNA 조작을 거쳤기 때문이었다. 자연 상태에서 과도한 번식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한 조치였다. 그런데 중앙통제실에 그 수가 기록되지 않은 수컷 공룡이 생존하고 있었고, 이들이 자연 상태에서 번식하여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자동 제어장치로 통제되던 공원 내 컴퓨터 시스템이 정지되자 공원 안에 갇힌 인간과 공룡의 상황은 역전된다.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는 인간은 공룡을 재탄생시킨 위대한 창조주의 지위에서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먹이로 전락하고 만다. 인간이 믿었던 ‘완벽한 통제’는 허상으로 판명됐다. 과학이라는 방패가 사라지고 자연 앞에 홀로 선 인간의 무기력한 모습은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 그에 따른 비극적 결과의 단편을 보여준다.
*호박(琥珀) : 지질 시대의 수지(樹脂) 따위가 땅속에 파묻혀서 수소·산소·탄소 등과 화합해 돌처럼 굳어진 광물. 황색으로 광택이 나고 투명하여 장식용 따위로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