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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름] 실구디·실구지
최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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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9 12:48
[한겨레 : 2008-01-28 ]
[한겨레] 세종 10년(서기 1428년), 평안도 사는 분이(夫隱)라는 여인은 남편 유인수가 시앗과 함께 있는 것이 시기가 나 그의 아들 실구디(失仇知)와 친정오빠 됴텬(趙天)을 시켜 두 사람과 딸린 식구 여섯을 죽이게 했다. 법에 따라 능지처참에 해당한다고 하니 임금이 따랐다.
이름접미사에 ‘-구디’(仇知)가 있는데, 구디·거구디·그믐구디·돌구디·동구디·똥구디·막구디·멍구디·명구디·모구디·물구디·시구디·실구디·옥구디·을구디·어구디 따위 이름이 보인다. 돌구디·똥구디·믈구디·옥구디 따위의 이름은 돌구덩이·똥구덩이·물구덩이·옥구덩이처럼 들린다. ‘구덩이’를 경상 방언에서 ‘구디/구디이’, 충청 방언에서는 ‘구딩이’라고 한다. 중세 말에서 구덩이는 ‘굳’이라 했는데, 호칭접미사 ‘-이’가 붙은 ‘구디’가 이름접미사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하는 실뜨기 노래에 ‘실구대 소리’가 있는 것을 보면 실구디를 실꾸리라고 잘라 말하기는 힘든 듯하다. 거구디·명구디·모구디·시구디·을구디·어구디 따위에서 구덩이라는 뜻을 찾기 힘들며 이름접미사 ‘-구디’가 들어간 이름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1554년의 <명종실록>을 보면 함경도 영흥 백성 김실구지(金實仇之)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기사가 있다. <사리영응기>에서조차 사뭇 ‘실구디’로 나타나던 이름이 함경도 지방에서는 입천장소리되기가 되어 실구지로 쓰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름은 서울말로만 지어진 것이 아니라 고장말로도 지어졌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