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미국인 스스로 자초한 에너지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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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미국인 스스로 자초한 에너지難

세계일보 0 9,500 2007.11.17 04:20
세계일보  2007년11월16일]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도 치솟아 미국인들은 온갖 고유가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20억 인구가 현재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그리고 서방인들이 반세기 동안 생득권이라고 주장해 온 생활방식을 원한다. 양국 국민들의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는 중국과 인도의 하루 소비량을 합친 양의 배 가까이를 사용하는 미국인들이 수입 에너지를 줄인다 하더라도 국제원유시장의 공급이 빠듯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라크 전쟁과 가까운 장래에 이란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 요르단강 서안의 긴장 등은 석유시장을 공황에 빠뜨리고 유가를 올리며 미국의 적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석유 수입의 대가로 곧 지불하게 되는 근 5000억달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과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을 지탱시키는 것 이상의 기능을 발휘한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석유대금은 또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하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며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사기를 꺾는다.

미국인들의 에너지 사용 습관은 석유의 해외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다른 사람이 발견하여 개발한 유전 위에 우연히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힘들여 번 돈을 계속 갖다 바치는 미국인들은 바보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석유에 대신할 연료를 개발하고 태양력·풍력·핵발전을 확대하며 전기자동차를 사용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나게 되면 오래지 않아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한편 수입 석유 의존을 낮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이 급하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수많은 가정은 교통비와 냉·난방비로 매년 수천달러를 더 지출하게 될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생활비가 더 늘어나게 된다. 통근자들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8기통 슈퍼캡 트럭을 구입한 것은 현명치 못한 조치였다. 지금 미국인들은 값비싼 대형 차량의 운행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빚이 많은 미국인들은 비상시나 행사 때만 운행하기 위해 주차장에 세워둔 공룡 같은 대형차의 할부금을 매달 지불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의무적인 절약정책과 대체연료 개발 보조금 지급, 핵발전 장려, 근해 유전과 알래스카 유전 개발에 열을 올렸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미국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또한 커질 것이다. 독단적인 순수 자유시장주의자들과 급진적인 환경보호주의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석유 절약과 탐사를 좌절시켰다.

세상이 완벽하다면 디트로이트가 기름에 굶주린 대형차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180파운드의 운전자 한 명을 출근시키기 위해 7000파운드의 매머드급 차량을 사용하여 귀한 연료를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런 와중에서 환경보호에 나선 정치인들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해저석유 굴착장비가 연안에 세워지거나 유조차가 북극권의 얼음이나 곰들 사이로 다니는 광경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치인들 가운데서 제트기와 고급 승용차, 호화저택의 이용을 포기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은 아직 거의 없다.

미국인들은 스스로 자초한 에너지난에서 쉽게 벗어나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어떤 천재가 새 에너지원을 개발하든가, 정부가 맨해튼계획에 버금가는 비상계획을 세워 연료를 절약하고 생산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중국과 인도가 대폭적인 에너지 절약정책을 검토하든가, 리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인프라에 재투자를 시작하여 생산량을 배로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당장 생활고에 처한 지금 이상과 같은 가능성에 목을 맬 수는 없다. 대선 후보들과 현 정부에 에너지난 극복 방안과 시한을 요구할 때는 이미 지났다.

빅터 데이비스 핸슨 美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

워싱턴 타임스

정리=오성환 외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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