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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불타는 얼음
이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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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4 13:31
[세계일보: 2007-11-23]
2014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평창을 누른 러시아 소치의 승리를 가리켜 ‘푸틴의 승리’라고 말한다. 당시 과테말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에서 IOC위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득표활동을 폈던 노무현 대통령과는 달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 귀퉁이에 꼿꼿이 서서 안내받은 IOC위원 몇 명을 만났을 뿐이다. 거만한 듯 보인 푸틴 뒤에는 각국 IOC위원을 휘어잡은 러시아 석유재벌들이 버티고 있었다. 결국 세계 수출 물량 2위인 ‘석유의 승리’였던 셈이다.
고유가시대가 열리면서 세계는 에너지 패권경쟁의 무대가 되었다. 소련의 붕괴는 러시아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까지 겪은 러시아는 고유가 바람을 업고 지금은 IMF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 러시아는 미국을 견제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역시 풍부한 오일 달러를 이용해 반미 노선을 펴고 중남미패권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역시 ‘석유전쟁’이라는 말도 있었다. 요즘 에너지 최대소비국인 미국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핵개발에 나선 이란을 제재하려 해도 원유생산량 감축을 우려하는 우방들의 반대에 부딪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가 세계 경제지도를 바꾸고 있는 이때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우리나라 동해안 울릉분지에서 세계 5번째로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매장량이 6억t 규모로 추정돼 이를 상용화할 경우 현재 국내 가스소비량 30년분에 해당된다니 이야말로 하늘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스층 두께가 130m로 세계 최대규모로 밝혀지자 기술자들이 탄성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끈질기게 주장하며 해저탐사에 열을 올린 이면에는 독도 근해에 매장된 해저광물자원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사실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지질 구조상 이곳에 천연가스와 석유도 더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에너지 강국 반열에 들 수 있다는 꿈마저 갖게 한다. 하루빨리 경제성이 높은 생산을 통해 온 국민이 겪고 있는 고유가 스트레스를 날려주었으면 한다.
이돈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