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력파 연구 기술로 우주 탄생의 신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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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력파 연구 기술로 우주 탄생의 신비 밝힌다

한국일보 0 9,866 2008.01.15 11:49
[한국일보:  2008-01-14 ]
 
 
 
블랙홀 합쳐질때 생성되는 중력파 함수 연구NASA 슈퍼컴 이용 시뮬레이션 동영상 확보
우주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천문학자들은 별빛을 관측하는 광학망원경과 전파를 검출하는 전파망원경 등을 연구수단으로 활용한다.

더욱 청명한 대기, 인공 불빛이나 인공 전파가 없는 곳에 망원경을 놓기 위해 그들은 사막이나 산꼭대기, 우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도심 속 거대한 컴퓨터 한가운데에서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강궁원, 최대일 박사 같은 이들이다.

■ 블랙홀 충돌하면 무슨 일이?

최 박사의 컴퓨터에는 2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동영상이 담겨있다. 1분도 채 안 되는 동영상이지만 이 과정을 계산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다는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슈퍼컴을 80시간동안 돌렸다. 말이 80시간이지 CPU 하나를 기준으로 하면 줄잡아 10만 시간,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필요한 저장용량도 640GB, 즉 2GB짜리 PC 320대가 동원되어야 한다. 동영상은 이러한 계산 결과의 시각화이고, 실제 슈퍼컴이 계산한 것은 블랙홀이 충돌하면 중력파 에너지가 얼마나 나오고 어떻게 변하는지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결국 블랙홀 충돌 시 시공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시공간에서의 두 점 사이 거리에 대한 매트릭 함수를 동원하죠.” 강 박사의 설명이다.

“10개의 매트릭 함수로 구한 120개의 변수를 충돌하는 블랙홀의 모든 점마다 대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점에 대입하는 건 무한번 계산한다는 뜻이니 불가능하죠. 대신 3차원 공간을 가로, 세로, 높이 각 256개로 나눠 약 1,677만개의 격자에 120개 변수를 대입합니다. 그리고 격자를 8배(약 1억3,000만개), 64배(약 10억7,000만개)로 더 정밀하게 나눠서 확인을 합니다.”

격자마다 120개 변수를 대입해 얻은 결과가 다시 변수로 입력하는 계산을 반복해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파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알아낼 수 있다. CPU 하나로 계산이 10년이 더 걸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 중력파를 찾아라

도대체 블랙홀 충돌 시 나오는 중력파의 함수는 알아서 무엇에 쓰는 것일까. 중력파는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일고, 전하를 띤 물질이 가속운동할 때 전자기파를 생성하듯, 질량이 있는 물체가 비대칭적으로 움직일 때 생성되는 파동이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함으로써 중력파의 존재도 예견됐지만 100년이 가깝도록 검출되지 않았다.

관측이 어려운 만큼 중력파를 눈으로 보고 말겠다는 과학자들의 야심도 대단해서, 세계 각국에서는 수억 달러를 들여 LIGO, VIRGO, GEO, TAMA, LCGT와 같은 검출기를 설치해 중력파가 검출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강 박사와 최 박사가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블랙홀 충돌은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 별의 충돌과 함께 이러한 검출기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는 강력한 중력파의 원천이다.

때문에 블랙홀이 충돌할 때 생성되는 중력파의 함수를 정밀하게 계산해 두면 실제 검출기들에 무언가 신호가 잡혔을 때 이것이 정말 중력파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극도로 미약한 신호를 잡아내는 민감한 검출기에는 지진이나, 나무가 쓰러지거나, 먼 해안가에 부딪히는 파도조차 잡음이 되기 때문에 중력파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미리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이 아주 중요하다.

최 박사는 “2005년 NASA 고다드우주센터에 재직하면서 처음 시뮬레이션에 성공한 블랙홀 충돌은 질량이 같고 자전하지 않는 경우에 한한 것이었다”며 “KISTI 슈퍼컴으로 더 다양한 블랙홀의 충돌 유형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천문학의 새로운 눈

중력파의 검출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도록 할 뿐 아니라, 천문학 관측의 새 지평을 열어주는 획기적인 사건이 된다.

강 박사는 “광학, 전파, X선, 감마선 망원경 등 천문학의 눈이 하나씩 떠왔지만 모두 전자기파여서 빅뱅과 같은 우주 초기의 흔적은 많이 지워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중력파로는 초기 우주의 정보, 초신성이나 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도 모두 알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중력파는 멀리 갈수록 약해지기는 하지만 그 무엇도 거침없이 시공간을 가로질러 퍼진다. 때문에 빅뱅 때 일어난 강력한 중력파의 흔적도 지금 우주 어딘가에 울려퍼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미국의 검출기인 LIGO가 정밀도를 높이는 업그레이드를 마치는 2009년이면 지구에서 인류사상 최초의 중력파가 검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력파

질량을 가진 물체가 비대칭적으로 운동할 때 생기는 파동. 중력파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빛의 속도로 퍼지며, 중력파가 지나는 곳에서는 공간이 十자 또는 X자 모양으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중력은 너무나 미약한 힘이어서 연구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에서 검출될 중력파의 강도는 10의 20제곱분의 1에 불과하다.

즉 1m 길이 물체라면 양성자 한 개의 1만분의 1 정도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정도이며, 지구의 크기는 0.0000000001㎜가 영향을 받는 정도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정밀한 길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검출기를 설치했으나 아직 직접 검출된 적은 없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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