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8-01-29]
美 텍사스대 지구물리연구팀"분화구의 비대칭적 모양은 더 깊은 바다에 떨어진 증거 기후변화 등 치명적 결과 야기"
29일 길이 610m, 폭 150m의 소행성이 소형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지구에 접근한다. 영화 <아마게돈>과 <딥 임팩트>가 상영된 이후 소행성이나 혜성은 지구와 충돌해 인류 멸망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6,500만년 전 공룡 멸종도 소행성 충돌로 인한 것인데, 이 소행성이 과거 연구에서 알려진 것보다 깊은 바다에 충돌했고 결과적으로 생물체에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 지구물리연구소의 연구팀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24일자 온라인판에서 유카탄 반도에 대형 분화구를 남긴 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을 3차원 지진영상으로 시뮬레이션해 정밀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멕시코만 바다 속에 있는 칙술룹 분화구는 심하게 비뚤어진 비대칭적인 모양인데, 기존 연구들은 이런 모양이 생기게 한 소행성의 충돌 방향과 각도에만 주목해왔다. 하지만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비대칭적 모양이 생기게 된 지질학적, 지형학적 원인에 주목했고, 그 결과 소행성이 과거 연구보다 더 깊은 바닷속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행성이 더 깊은 바다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충돌로 인한 수증기 배출이 예상보다 6.5배나 많았다는 뜻이고, 이는 생물체에는 더 치명적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충돌지점에는 황이 함유된 침전물(이를 증발잔류암이라고 함)이 풍부한데 이것이 수증기와 반응해 황화 에어로졸(미립자)을 만든다. 황화 에어로졸은 산성비를 내리게 만들고, 대기 상층부를 차게 만들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두 가지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연구팀의 신 걸릭 연구원은 “수증기가 많이 배출됐다는 것은 황화 에어로졸의 양도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고, 결국 생물체 멸종의 메커니즘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생물체의 대량 멸종은 한가지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여러 메커니즘에 의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육지의 거대한 동물들은 소행성 충돌 직후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파편들이나 이로 인한 불길로 수시간에서 수일만에 죽었을 것이다. 해양에서는 보다 점진적인 기후 변화와 산성화로 인한 연쇄적인 충격이 있었을 것이다.
칙술룹 분화구는 지름 180㎞에 달하는 거대한 분화구로 6,500만년 전 지름 10㎞ 정도의 소행성이 충돌한 충격으로 파인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다른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당시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궤도를 돌던 밥티스티나 소행성의 모체(지름 170㎞)가 또 다른 소행성(지름 60㎞)과 1억6,000만년 전 충돌해 만들어진 파편 중 하나였다.
두 개 소행성의 충돌로 지름 10㎞ 이상의 파편만 300여개, 지름 1㎞ 이상의 파편이 14만개가 만들어졌고, 그 중 하나가 멕시코에 떨어져 지구 생물체의 70%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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