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0 <프리존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꼽았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등에 대응함과 동시에 범지구적 자원부족으로 이제는 한계에 부딪힌 ‘20세기 자원 소모형 산업구조’를 미래형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에서 내놓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4대강 정비나 자전거 도로 확충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주장들이 많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떤 정책을 추진 중이고, 우리 정부는 어떤 정책을 추진 중인지, 우리나라에 맞는 정책과 목표는 무엇이 좋을지 생각해 본다.
▲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한 '신 경제 패러다임'. 탄소 배출 저감과 이를 가능케 하는 신 산업의 육성증진을 통해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이고도 종합적인 개념은 나오지 않고 있다.ⓒ정부 홍보 블로그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초기부터 말이 많았다. 특히 그 내용면에서 새로운 산업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하천 정비와 자전거 도로 확충,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등과 같은, 전시(展示)형 정책이 핵심처럼 알려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편, 다른 선진 공업 국가들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충실히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 중인 대부분의 정책들은 ▲에너지 ▲교통수단 ▲자원 재활용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대체 왜 지금 세계는 경쟁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것에 골몰하고 있을까?
한계 다다른 산업혁명형 산업구조
지금 세계의 산업구조는 지구의 자원을 가공해 제품을 만들고, 교역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사용되는 에너지, 소재 등은 모두 천연자원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별 다른 생각 없이 이 유한한 자원을 소모해왔다. 언젠가는 새로운 과학혁명을 통해 더 풍부한 자원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하지만 문제는 인류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바로 지구 온난화였다. 과학자들은 20세기에 들어 지구의 평균 온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20세기 말부터는 그 상승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구 기온의 상승은 단순한 온도 변화가 아니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대양의 염분 농도에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한 해류의 변화는 지구 대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점점 커지는 태풍과 폭염을 동반한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점차 빈번해졌다. 엘니뇨 현상이나 라니냐 현상과 같은 이상 고온 현상은 전 지구적인 피해를 가져오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대체 왜 이런 일이 시작되었는지에 다시 집중했다. 그 결과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19세기 후반 시작된 탄소배출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다.
인류는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명목 하에 석유나 석탄과 같은 탄화수소 물질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육식 인구의 증가로 급격히 늘어난 가축들도 메탄가스와 같은 탄화수소 물질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된 탄소는 구름층을 두껍게 만들고, 이런 구름들이 일종의 온실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구상에 떨어지는 태양의 복사열이 다시 대기권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갇히면서 지구 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것이었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낸 과학자들은 20세기 말부터 탄소배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과 그들로부터 수익을 얻는 언론, 도움을 받는 각국 정부는 이 같은 경고를 흘려들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상상의 묵시록이 아닌, 현실의 재난으로 다가왔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조만간 바다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졌다. 대부분의 땅이 해발 1미터 미만이라는 서남아시아 일대 국가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강대국들은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20세기 말 새로운 산업기지로 각광받게 된 중국과 인도가 에너지 효율성이나 환경 문제를 도외시한 채 이익을 벌어들이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천연 자원을 소모해나가자 정작 자신들이 그동안 사용해 오던 각종 자원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기가 침체되자 결국 금융 산업도 한바탕 위기를 겪게 됐다.
여기에 그동안 ‘호모 오일리쿠스’라고 불릴 정도로 ‘석유’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정확하게 말하면 강대국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오일 피크’라고 하는, 석유 생산의 정점이 머지않았으며, 이 시기를 지나게 되면 짧은 시간 내에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들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나오자, 각국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환경과 발전의 갈등
이후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교토 의정서’ 체결은 물론, 탄소 배출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각종 법안들이 강대국을 중심으로 입법화되기 시작했다. 8천만 명의 인구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그동안 자동차 업계와 에너지 업계의 반발로 2003년 거의 사라졌던 ‘ZEV(Zero Emission Vehicle)’ 의무판매 규정이 되살아났고, 탄소배출 규제도 강해졌다. EU는 폐기물 관리, 수질 오염, 대기오염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권고하던 것을 강제규정 수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일본은 2001년 기존의 환경청을 환경성으로 승격시키고, 2차 환경기본계획과 순환형 사회형성 기본법 등을 통해 대기 오염 등을 막고 있다.
그동안 이런 환경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던 중국과 러시아 또한 정부 정책으로 탄소 배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중국은 순수 전기자동차 업체인 BYD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각국의 노력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있다. 환경주의자들로 이들은 ‘인류의 산업 발전으로 인해 자연과 환경이 망가졌으므로 발전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과거와 같은 생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진국에 사는 고소득 좌파 성향들로 자신의 믿음을 관철하기 위해 각종 환경보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그린피스’ 등과 같은 환경근본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조하기도 한다.
반면, 자국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국가 목표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발전’을 지상목표로 내놓는다. 정부 주도로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환경 문제까지 고려하자면 산업발전에 드는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국가에서는 환경 문제나 신재생 에너지 발전과 같은 주제는 엉뚱한 이야기로 취급 받는다.
이런 두 상반된 의견을 보면서 어느 한 쪽이 무조건 옳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과학자와 기술자들이다. 현재 환경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들은 발전이 곧 환경파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풍력, 조력, 태양 에너지 발전과 새로운 소재의 개발을 통해 보다 자연스럽게 환경파괴를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없앨 수 있으며, 탄소 배출 또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패러다임 혁명
이런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환경지상주의자들과 발전지상주의자들의 논쟁 속에서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양 쪽 모두 환경과 발전이라는 원래의 목표 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데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 이후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 재난 때문에 강대국 정부들이 발 벗고 나서자 수십 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렇다. 그동안에는 기술의 후진성과 장비의 개발 및 생산 비용이 높아 태양광, 조력, 풍력 발전이 석유 에너지를 대체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이런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되었으므로 석유 에너지의 사용을 점차 줄이고, 나중에는 유화 제품 원료도 석유가 아닌 석탄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배출에서 상당량을 차지하는 이동수단의 문제 또한 최근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2차 전지와 모터구동 모듈, IT 기술을 통해 순수하게 전기로만 구동되는 ‘파워 트레인’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로써는 무게와 충전 시간 등의 문제로 자동차 정도에만 적용할 수 있지만 향후 기술이 발전하게 될 경우에는 기타의 운송 수단에까지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전기 파워트레인 개발, 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에 부정적이었던 기존의 자동차 업계와 석유 업체들조차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련 기술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을 통해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새로운 동력체계가 대중화되면, 산업혁명이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진행되었던 역사로 미루어 볼 때 인류를 새로운 산업구조 시대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같은 산업구조의 혁명은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안보, 문화, 종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큰 충격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변화 속에서 기존 강대국의 몰락과 새로운 강대국의 등장도 일어날 수 있다.
즉, 지금 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다국적 기업과 소비자,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가 막을 올리는 것을 직접 겪게 된다는 것이다.
프리존뉴스 전경웅 기자(
enoch@freezonenews.com)
이 정책이 실행 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