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지금이다)①재연되는 유가의 악몽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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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09:48
2009.06.09 <이데일리>
국제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라 언젠가 다시 오를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상승세에 재차 각 국의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석유의존 경제체제에서 당분간 벗어날 수 없다는 상황론에 근거해 각 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다시 자원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국제유가 동향과 자원확보를 둘러싼 세계 각 국의 움직임, 우리나라의 대응 상황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조만간 다가올 유가 100달러 시대를 대비하라`.
금융경제위기와 함께 올초 배럴당 30달러대 초반까지 폭락하며 관심권에서 벗어났던 유가가 최근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급등하면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배럴당 145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처럼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아직은 지배적인 견해다. 재차 가격이 하락하며 여전히 진행형인 경제 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무지막지한 정부 자금이 풀린 탓에 경제의 기초 체력 범위를 벗어난 상승세가 올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히 먹혀 들고 있다. 이같은 기대에 편승해 이미 전 세계 투자자금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로 밀려들고 있다.
◇ 배럴당 70달러 턱밑..저점비 두 배 폭등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전세계 투자 자산은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다. 위기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금융 관련회사가 파산과 주가 폭락을 겪으며 초토화됐고, 뒤이은 신용경색에 주식시장 역시 상당한 자산이 날아갔다. 위기 직전 신자유주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던 유가도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7월경 145달러까지 치솟으며 전세계적으로 부담을 안겨줬고, 우리나라도 유가 때문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유가가 리먼 사태 이후 자유 낙하를 시작, 지난 2월에는 배럴당 30달러 초반까지 폭락했다.
원유에 몰렸던 투기자금까지 썰물까지 빠져 나가면서 너무나 심하게 떨어졌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경제 체력을 감안할 때 올 연말까지는 회복되더라도 배럴당 50∼60달러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유가가 30달러대에 머문 것은 잠시였다. 지난 5일 유가는 배럴당 68.44달러(WTI 기준)로 연중 최저점에서 4개월이 채 안돼 100% 이상 폭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럴당 70달러선이 임계점으로 분석되고 있다. 배럴당 90달러가 넘을 경우에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다. 이미 유가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 유가 왜 이렇게 오르나
최근의 눈부신 회복세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과 달러약세, 인플레 우려, 향후 공급부족 가능성, 그리고 풍부한 유동성 등이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나 풍부한 유동자금이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발행회사인 ETF시큐리티즈에 따르면 원유가격 상승을 점치고 투자하는 원유 상장지수펀드(ETCs)에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몰린 자금은 지난해 전체 유입자금보다 2.2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제위기에 급격히 철수했던 자금들이 다시 상승을 점치고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투자지연 및 투자규모 축소에 따른 공급부족 발생 우려는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유가 급락으로 인해 최근 수개월 동안 1700억달러(하루 200만배럴) 규모의 원유 공급확대 관련 투자가 취소 또는 연기됐다고 언급했다. IEA는 나아가 이같은 투자 축소나 연기가 지난 2007년과 2008년과 같은 유가 급등세를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부장은 "취약한 경기 펀더멘털을 완전히 무시한 상승세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당분간 박스권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풍부한 대기 매수세와 경기회복 기대감 등을 배경으로 한 현재의 시장 분위기가 쉽게 꺾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자재, 목줄에 매인 사냥개
작금의 유가 반등에는 당장 OPEC의 효과적인 감산에 더해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바클레이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유 가격이 급락했지만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은 회수금을 크게 회수하지 않았고, 여전히 원자재를 주요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후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같은 폭등세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규제 논의를 구체화하자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세계 경제가 나아진다면 투자자금은 상품시장으로 몰릴 것이다. 확인된 세계 석유 매장량이 거의 고갈 수준임을 감안할 때 국제 유가는 앞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또한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본다"며 폭등론을 설파하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부장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하기 까지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달러화 약세 전환과 투기자금 재유입 가능성, 공급부족 가능성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약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자원 확보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 다시 발등에 불떨어진 정부
우리 정부도 다시 바빠졌다.
지난 4일 열린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 고유가 대책이 논의됐다. 고유가에 대비해 선제적인 에너지수요관리대책을 수립하자는 것이 주제. 이명박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유가가 연초 30불이던 것이 벌써 65불을 넘었다"며 "조만간 100불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갖고 에너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나온 대책의 골자는 에너지 절약이었다. 에너지 정책의 중심의 안정적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이를 위해 에너지 수입과 소비를 강력하게 관리·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이와 함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자동차 연비 기준을 선진국 이상으로 개선하며, 에너지 절약시설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에너지 절약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향후 수십년간 인류가 석유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런 맥락에서 에너지 절약으로만은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기 힘든 측면이 있고, 여전히 석유 자원 확보에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