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규한]지구온난화 먼 얘기 아닌데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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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09:59
2009.06.10 <동아닷컴>
흰 눈과 빙하로 덮인 남극과 북극의 극지 환경에서 연구 활동을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기내에서 내려다본 칠레 남단과 노르웨이 북단의 트롬쇠 시 상공에 펼쳐진 초록색 산야의 반가움과 따사함을 잊을 수 없다. 오뉴월의 신록처럼 온 지구를 녹색으로 만들려는 세계인의 경쟁이 치열하다. 식물성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탄소 없는 녹색제철,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세계 각국은 녹색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국운을 걸고 치열하게 신기술 개발경쟁에 나섰다.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1999년 교토의정서의 의무 수행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세계 각국은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1990년과 비교해서 유럽연합(EU)은 8%, 미국은 7%, 일본은 6% 감축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192개국이 세계기후변화협약 회원국으로 한국은 1998년 12월에 가입했다. 금년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세계기후변화협약 제5차 총회에서는 2012년 이후 체결할 포스트 교토의정서가 관심의 대상이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세계 16위여서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의무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대책은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는 CO₂, CH₄, H₂O, CFCs로 구성된다. 이 중 약 50%를 점하는 대기 중의 CO₂가 산업혁명 이전에는 해양이나 산림토양에 흡수됐다. 이에 따라 지구 전체에 CO₂의 방출과 흡수가 자발적으로 균형을 이루어 대기 중의 CO₂ 농도가 약 280ppm으로 거의 일정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증가하고 산림을 대규모로 벌채하면서 나오는 CO₂가 대기 중에 축적되어 2001년에는 산업혁명 전보다 33%나 높아졌다. 2100년에는 500∼900ppm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로 인한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로 지구 표면 온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남·북극 지역의 빙하가 녹아 해수의 염분도를 감소시키고 해수면이 높아진다. 저온 고염농도 해수가 북대서양 심층 해류를 이동시켜 한랭화가 진행되어 지구는 또다시 빙하기를 맞이할 것이라 한다. 2004년 개봉된 미국 영화 ‘그날 이후(The day after tomorrow)’가 보여주듯이 말이다. 대기 중에 CO₂가 증가하면 산성비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환경 난민이 대량 발생한다.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변한다면 식생이 변하여 농업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고온다우로 홍수가 자주 발생해 지형 변화와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지구인은 지구온난화를 두려워하면서도 먼 이야기처럼 가볍게 넘기기 쉽다. 범세계적인 기후 변동은 인간이 감지하기에는 너무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CO₂ 저감 대책과 친환경 신기술 개발을 가시화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는 에너지 절약, 생활용품 절약, 쓰레기 줄이기, 학용품 아껴 쓰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국가는 CO₂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선진국이나 개도국을 선도할 온실가스 저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CO₂ 발생 분담금을 징수하고 온실가스 감축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영해봄 직하다. 이런 내용을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