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1 <EBN산업뉴스>
“원유가격이 오르면 정유사만 이익이지~” 유가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려는 조짐만 보여도 정유사들은 여론의 뭇매를 각오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마련.
한동안 잠잠하던 국제원유 가격이 7개월만에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했다. 유가는 껑충 뛰고 있지만 원유로부터 생산되는 석유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어 정유업계의 원가부담만 커지고 있다.
실제로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석유제품 중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의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벙커C유와 나프타 등은 원유 가격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 등유, 경유 등과 두바이유 가격 격차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크게 줄어 정유업체들의 마진폭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선물가격은 9일 배럴당 70.01달러로 지난해 11월 4일 이후 7개월만에 70달러선을 돌파했다.
국내 도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 현물가격 역시 같은날 배럴당 69.24달러로 작년 10월 14일 이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올해 초와 비교하면 5개월만에 무려 30달러가량 급등한 것이다.
반면,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제품인 석유제품 가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다만, 휘발유와 등유, 경유는 그나마 상황이 좋지만, 원유를 정제할 때 40% 가량 나오는 벙커C유와 약 10% 정도 생산되는 나프타는 원유 가격보다 낮은 수준이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제품 중 50%가량이 역마진을 보이고 있는 것.
두바이 현물가격은 1월 평균 배럴당 44.12달러, 2월 43.09달러, 3월 45.58달러, 4월 49.99달러로 4월까지 40달러대에 머물다 5월 57.89달러로 50달러 후반대로 급등했다.
두바이유 가격과 비교해 석유제품 중 휘발유, 등유, 경유 가격은 5월 평균 7.64달러, 6.32달러, 7.75달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마진폭이 휘발유 12~14달러, 등유 20~40달러, 경유 20~40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마진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벙커C유와 나프타는 역마진 상황을 보이고 있다. 중유는 5월 평균 두바이가격과 비교해 마이너스(-) 4.54달러, 나프타는 -3.68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벙커C유와 나프타 역마진은 지난해 하반기 보다는 다소 폭이 축소된 것이다. 작년 6월 벙커C유는 두바이유 보다 -28.29달러까지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이후 역마진 폭은 줄어들었다. 나프타 역시 지난해 11월 -20달러까지 낮은 상황이 전개됐지만 올들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유제품가격의 상승세가 원유가격 오름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원유가격 상승으로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세간의 시각이 정확히 들어맞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다만,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해 40%가량 나오는 질낮은 벙커C유로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나 경유를 생산하는 고도화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역마진 상황인 벙커C유 생산에 따른 손해를 일정부문 수익으로 돌리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들의 고도화 비율은 25% 수준으로 당초 4% 정도 나오는 휘발유가 10%가량 생산되고 있으며, 원유에서 경유 생산 비율도 20%에서 30%가량에 이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유가격 상승은 중국의 석유재고 물량 확보 및 원자재 투기에 따른 현상으로, 석유수요 회복에 따른 석유제품수요는 그다지 늘지 않고 있다"라며 "원유값은 급등하고 석유제품값은 원료가격 반영으로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정제마진 폭은 생각처럼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고도화 설비 확충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량을 늘려 지난해 상반기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일정부문 수익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유시장 분석가들은 석유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수급측면에서 유가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원자재 투기세력으로 원유값만 홀로 급등하고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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