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용암동굴의 세계적 '보고'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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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용암동굴의 세계적 '보고' 재확인

쏘니 0 4,978 2009.06.17 09:50
2009.06.16 <연합뉴스>

'월정 남지미동굴' 발견..추가 존재 가능성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된 지 2년째 되는 시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용암동굴이 추가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짧게는 10만년, 길게는 30만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번 '월정 남지미 동굴'은 세계가 감탄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로 이어지는 연장선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짙어 "역시 제주는 용암동굴의 보고"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화산섬 제주도는 '용암동굴의 천국'이라 부를 정도로 세계 어느 화산지대보다 뛰어난 용암동굴을 거느리고 있다.

  30여년 간 제주용암동굴을 조사.연구하고 있는 (사)제주동굴연구소의 손인석 소장은 2005년 발간한 책자에서 "제주시 17개, 서귀포시 18개, 북제주군(현 제주시 병합) 84개, 남제주군(현 서귀포시 병합) 52개 등 모두 171개의 천연동굴이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내가 경험한 것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무수한 동굴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까마득한 옛날인 200만년 전에서 180만년 전 사이에 한반도 남쪽의 갯벌지대에서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제주도의 기반이 형성된 이후 짧게는 5천년 전에 이르기까지의 무수한 화산활동을 파악해야 가능한 셈이다.

  그렇지만 이번 발견된 '월정 남지미 동굴'을 포함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대략 30만년 전에서 1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시 한라산 북동쪽에 있던 거문오름이 수 차례에 걸쳐 다량의 현무암질 용암류(熔岩流. lava flow)를 뿜어냈고, 이 용암류는 지표경사를 따라 북북동 방향으로 약 13㎞ 떨어진 해안까지 흘러가며 용암동굴들을 탄생시켰다.

  오정훈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자연유산총괄관리부장은 "그 때 분출한 용암류의 양은 모태인 거문오름 분화구의 둘레가 4.4㎞로 각각 1.7㎞인 한라산 백록담과 성산일출봉 분화구의 둘레보다 2.5배나 더 큰 사실만 봐도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용암동굴은 화구에서 분출한 섭씨 900-1천200도의 용암류가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겉표면은 차츰 식어 굳어지고 그 내부는 고온을 유지하며 계속 흘러내려 속이 빈 상태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의 용암은 지형을 따라 꾸불꾸불 흘러내리다가 지표면을 녹이는가 하면 용암폭포를 형성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을 비롯해 이번 발견된 '월정 남지미 동굴' 등 도내 일부 용암동굴들은 세계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석회동굴의 형태여서 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전용문 박사는 "이들 용암동굴은 형성된 이후에 동굴 지표면 위에 쌓여 있는 사구에서 탄산염 성분이 내부로 오랜 기간 녹아들어 석회동굴과 같은 종유석, 석순, 종유관 등의 2차 탄산염동굴 생성물을 빚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유석 등이 생성되는 시기와 관련, "인근의 김녕해수욕장의 모래가 편서풍을 타고 용암동굴지대를 뒤덮었다"며 "모래속 조개껍데기를 탄소 동위원소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대략 4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밝혔다.

  한때는 '유사석회동굴'로 불렸던 이 같은 복합적인 특징의 제주용암동굴에 대해 2년 전 제주 국제화산학술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하와이 힐로(HILO)대학의 켄 혼(Ken Hon) 교수는 "제주도의 용암동굴은 크기로나 아름다움에서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학자마다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제주세계유산본부는 이번 동굴의 발견이 용천동굴처럼 전봇대를 세우거나 당처물동굴처럼 밭을 경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게 아니라 과학적인 조사에 의해 지하동굴을 발견한 첫 사례라는 점을 성과로 꼽고 있다.

  또한 새로 발견된 동굴도 용천동굴과 나란히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돼 용천동굴 진행방향과 인접한 지역에 또 다른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제3, 제4의 동굴 발견을 예고한 상태다.

  고상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장은 "문화재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월정 남지미동굴'에 대한 확인조사를 계속 실시하겠다"며 "동굴 진행방향을 고려해 지하 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실시해 필요한 부분은 추가해 시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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