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3 <매일경제>
충남 보령의 한 마을 주민들이 인근 `군 사격장'을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사용하던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23일 보령시에 따르면 최근 공군방공포사격장과 인접한 신흑동 갓배마을의 지하수 5곳에 대한 수질검사를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2곳에서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곳의 테트라클로로에틸렌 검출량은 기준치(0.01㎎/ℓ)를 약간 초과한 0.0162㎎/ℓ와 0.0132㎎/ℓ다.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은 발암물질로 지하수에 섞이면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수년간 잔류하는 물질로, 냄새가 나고 어지럼증, 두통, 황달, 간 기능 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하수는 마을주민들이 상수도가 공급되기 전인 1997년까지 음용수로 사용했으며, 이후에는 허드렛물로 사용되다 이상 소견이 나오고 나서 시로부터 사용중지명령을 받은 상태다.
문수환 공군사격장피해대책위원장은 "그동안 갓배마을 32가구 70여명의 주민 가운데 14명은 암으로 숨지고 4명은 투병 중"이라며 "부대에서 버려진 기름찌꺼기로 인한 지하수 오염, 사격장의 소음, 앞바다에 쌓인 탄피에서 나오는 납 등 중금속으로 말미암은 해양 오염 등이 암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주민들이 걸린 암의 종류도 폐암, 위암, 직장암, 간암 등으로 다양했고, 대천사격장 유류저장고 바로 옆 8가구 주민들이 모두 암에 걸렸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군부대와 시가 나서 역학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장을 근거로 이 일대에 대한 역학조사를 시행할 계획으로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군본부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바닷속에 쌓인 탄피 수거작업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지만 역학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사격장은 1958년 미국이 주둔하면서 사격훈련이 시작됐으며, 1977년 미군철수 이후 육군 방공포부대에 이어 1991년 공군으로 이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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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연합뉴스) 이은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