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비축에 여념없는 중국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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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14:40
2009.06.24 <이데일리>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중국이 글로벌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자원업체들을 사들이면서, 자국의 자원 수출은 제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5년 정치 안보적 이유로 미국 정유업체 유노칼 인수가 수포로 돌아간 이후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해외 인수합병(M&A)를 추진, 최근 들어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동시에 자국의 자원 수출을 제한, 자원 비축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보호 무역주의라는 비난도 사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적 하에 공격적으로 자원을 비축하고 있다.
◇ 시노펙, 스위스 아닥스 인수..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
중국 2위 정유업체인 시노펙은 스위스의 석유 및 가스 탐사 생산업체 아닥스 석유를 72억4000만달러에 인수, 서아프리카와 이라크의 유전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석유공사가 마지막까지 협상에 나섰으나 시노펙은 이날 입찰에서 전날 종가대비 16% 높은 주당 52.80 캐나다달러를 제시하며 인수 계약이 성사됐다. 인수 가격은 협상 시작 때의 가격 보다 50%나 높다.
인수 규모는 중국업체의 해외 인수합병(M&A) 역사 상 최대로, 시노펙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이라크에서만 약 4250만배럴의 원유를 갖게 됐다.
런던과 토론토에 동시 상장돼있는 아닥스는 서아프리카와 이라크 쿠르드 지역 타크 타크 유전에서 석유를 탐사 및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일일 생산량은 13만6500배럴이다. 이는 중국 일일 소비량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은 유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자 지난해 12월부터 싱가포르, 시라아, 카자흐스탄 등의 원유 관련 투자에 약 54억달러를 투입했다. 래리 그래이스 원유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움직임은 해외에서 원유 비축분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자원 확보 `허기` 채우는 중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이 자원 확보 `허기`를 채웠다고 25일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미국 정유업체 유노칼 인수가 정치적 압력으로 무산된 이후 해외 자원 기업 매입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자산 가격이 싸진 최근 들어서 중국 국유 기업들은 해외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가 매수와 동시에 경제 성장을 위한 자원 안보를 달성한다는 목적이다.
중국 기업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도 자리잡고 있다. 자원 안보 탓에 에너지 기업 매입은 각국 정부 간 협상이 필요한데, 지난 반년 동안 중국은 앞서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카자흐스탄 등에 대출을 해주고 장기적인 원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해놨다.
다만 중국의 M&A 노력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달 초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중국 국유 알루미늄업체 치날코의 195억달러 지분 인수안을 거절했다. 시장이 회복되면서 인수 가격 협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국가 간 자원 안보라는 정치적 문제, 주주들의 반대 등 난항에 부딪혔었다.
아닥스 인수도 유전이 위치한 이라크 북부 쿠르드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위험도가 높다. 이라크 당국은 쿠르드 자치 정부와 외국 기업들 간의 불법적인 원유 계약이 30개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자원 수출도 제한..자원 비축에 여념없어
중국은 해외 M&A를 통한 자원 확보 외에도 자국의 자원 수출을 제한, 자원 비축에 여념이 없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보호 무역주의를 맹비난해 온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각국의 비난을 사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원자재 수출 제한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왜곡시킨다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과 EU가 WTO에 중국을 제소한 것은 중국이 지난 2001년 WTO에 가입한 지 세번째다.
그러나 중국은 수출 제한 정책에 대해 당당한 입장이다. 상무부 관계자는 보크사이트, 코크스, 마그네슘, 아연 등에 적용되는 수출 제한 정책을 옹호하면서 "중국의 수출 정책은 WTO의 규정에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 제한 정책은 환경과 천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2위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이미 거대한 수요 만으로도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최근 수개월동안의 광물 자원 가격 상승에는 중국의 경기 부양으로 인한 수요 급증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M&A를 통해 각국 자원업체들을 대거 매입하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확대되면서 시장은 중국의 입김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 중국의 자원 확보 야욕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데일리 양이랑 기자 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