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8 <조선닷컴>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어떻게 하면 소가 트림을 적게 할 수 있을지 함께 연구해 봅시다."
지난달 한·뉴질랜드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뉴질랜드 농업부 관리들이 농림수산식품부에 '소 트림' 절감에 관해 공동연구를 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오는 12월에 열릴 한·뉴질랜드 농업협력위원회에서도 '소 트림'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라고 하네요.
소 트림이 다른 수많은 농업 현안을 제치고 주요 의제까지 된 것은, 소 트림에 포함된 메탄가스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이 메탄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한우 1마리가 한 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1.4t 정도입니다. 4인 가족이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거의 맞먹습니다.
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소 트림의 위력을 알 수 있습니다. 1년에 2만㎞를 뛰는 중형차가 이산화탄소 4.9t을 뿜으니, 한우 3.4마리가 중형차 1대만큼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젖소는 더 지독한 트림을 합니다. 한우보다 풀을 2배 더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젖소 1.4마리가 중형차 1대분인 셈이죠. 소 등이 뿜는 축산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의 1% 정도를 차지합니다.
소 트림을 줄일 수 있는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돼 있습니다. 사료에 보리를 많이 첨가하면 메탄을 줄일 수 있고, 소 위(胃) 내의 미생물을 억제하는 첨가제도 쓰이고 있답니다. 앞으로는 아예 메탄 발생이 적은 소 종자를 개발하거나, 백신을 만들어 메탄 발생 미생물을 죽이는 단계까지 간다고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오는 12일까지 미국·캐나다·필리핀 등 12개국의 학자들을 초청해 소 트림을 줄이는 방법을 논의하는 국제 학술회의도 개최합니다. 학술회의에다 국가 간 협력까지 이뤄지는 것을 보면 소 트림 절감이 한국 농업계의 주요현안이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소 트림 줄이기는 요즘 유행하는 '녹색성장'의 한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농업계가 다른 나라보다 더 좋은 기술을 빨리 개발해 경제발전과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