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우주의 비밀을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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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우주의 비밀을 알려다오

쏘니 0 11,231 2009.07.21 09:50
200.07.21 <조선닷컴>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아폴로11호가 달에 남긴 건 성조기와 우주인 발자국만이 아니었다
지구에서 달로 레이저 빛 쏴 거울 맞고 돌아오는 시간 재면
㎜단위로 지구~달 거리 측정… 상대성 이론 입증하기도
1969년 7월 21일 새벽(한국시각). 아폴로11호의 우주인들이 인류 최초로 달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꼭 4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한 모습은 아마도 우주인들이 달에 남긴 발자국일 것이다. 하지만 발자국에서 몇 백m 떨어진 곳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못한 중요한 물건이 있었다. 바로 거울 상자.

과학자들은 이 거울로 달과 지구 사이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해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지금도 새로운 우주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밤마다 달의 거울을 향해 레이저를 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달의 거울은 아폴로11호의 살아 있는 유산(遺産)이자, 달 착륙 조작설을 일축하는 과학적 증거인 것이다.

◆달-지구 거리 ㎜ 오차로 측정

미국 뉴멕시코의 아파치 관측소에서는 맑은 날 밤마다 달에 레이저를 쏜다. 아폴로11호 우주인들이 달에 두고 온 거울 상자를 향해서다. 옷 가방 크기의 이 장치엔 100개의 거울이 촘촘히 박혀 있다. 연구 목적은 간단하다. 지구에서 쏜 빛이 달의 거울에서 반사돼 돌아온다. 빛의 속도는 알고 있으니 빛이 지구와 달을 오고 간 시간만 알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운동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지구로부터 달 가까지의 거리는 약 38만500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파치 관측소 연구진은 그 거리를 1~2㎜ 오차로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레이저를 이루는 30해(3곱하기 10의 17제곱)개의 빛알갱이(光子) 중 달의 거울에 반사됐다가 지구로 돌아오는 수는 5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 작은 빛알갱이 덕분에 그토록 정밀한 관측을 할 수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수cm 정밀도에 그치던 것이 분석기술의 발달로 ㎜ 단위까지 발전했다.

1960년대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달에서 할 수 있는 과학실험을 물색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과학실험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우주인들이 두터운 우주복을 입고 수행하기엔 너무나 정밀한 실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거울은 그냥 달에 두고 오면 되는 것이어서 쉽게 채택됐다.

◆아인슈타인 이론 입증

당시 과학계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둘러싼 논쟁을 하고 있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볼링 공을 놓으면 고무판이 움푹 들어가듯, 물체가 가진 중력으로 시·공간이 변형될 수 있다고 본다. 군산대 물리학과 김상표 교수는 "미국의 물리학자 칼 브란스(Brans)와 로버트 디케(Dicke)는 일반상대성이론에 또 다른 힘을 추가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브란스-디케 수정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상한 지구-달 궤도는 서로 달랐다. 그러자 몬태나대의 이론물리학자인 켄 노르트베트(Nordtvedt)는 달의 거울을 이용한 거리 측정 실험을 제안했다. 실험 결과, 아인슈타인이 옳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달 거리 측정 후 브란스-디케 이론은 물리학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다른 사실도 밝혀졌다. 지구-달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한 결과, 달은 지구의 밀물과 썰물에 따라 3.8㎝ 정도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밀한 측정을 통해 달의 핵은 액체 상태로 추정됐다. 달 내부 물질이 고체 또는 액체이냐에 따라 지구 중력에 달이 반응하는 형태, 즉 지구와 달의 거리가 달라진다.

현재 아파치 관측소 연구진들은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정밀도가 ㎜ 단위로 높아지면서 '끈이론'처럼 새로운 우주이론도 입증할 수 있다. 물론 정밀도가 높아진 덕분에 예전엔 무시했던 요인까지 감안해야 하는 문제도 생겼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불어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은 달의 궤도를 4㎜ 정도 밀어내는 효과가 있다.

◆위성 이용한 거울 반사 실험도

거울을 이용한 거리 측정은 최근 레이저위성추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에는 과학기술위성2호가 실린다. 이 위성에는 국내 최초로 레이저 반사 거울이 달려 있다. 역시 지상에서 위성의 거울에 레이저를 쏘고 이 빛이 반사되는 것을 포착해 지상에서 위성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낸다.

레이저위성추적은 과학연구에 유용하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종옥 우주측지연구부장은 "지구 내부의 물질에 따라 위성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위성의 고도도 미세하게 변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레이저로 위성의 위치를 정밀하게 알아내면 그 아래 지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지진 예측도 할 수 있다. 지상에서는 땅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대신 위치를 정확히 아는 위성에 레이저를 쏘고 반사파를 측정한다. 이러면 땅의 움직임을 ㎜ 단위로 알 수 있어 지진을 미리 예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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