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해외 에너지 직접 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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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4 11:19
[한국일보: 2007년 10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1,000㎞ 떨어진 서부 내륙의 닝샤(寧夏)회족자치구 옌츠(鹽池)현. 지난 18일 지명이 생소한 이곳에 파란 로고가 선명한 삼성 깃발이 나부꼈다.
이 지역 마후앙산(麻黃山) 서광구에서 유전 탐사를 해온 삼성물산(상사 부문)이 원유 생산에 성공해 기념식을 가졌던 것이다. 해외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주로 단순 지분 투자만 해오던 것과는 달리, 삼성물산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직접 책임지고 있다.
무역의 첨병이었던 종합상사들이 최근 에너지 및 유전 개발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LG상사, SK네트웍스 등 종합상사들이 석유공사 등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남미 러시아 중국 등의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상사는 그 동안 유전 개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데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입되는 현실을 감안, 직접 개발보다는 외국 업체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해왔다. 그런데 점차 에너지 개발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이 쌓이면서 직접 유전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선두에는 삼성물산이 있다. 삼성물산은 10년 동안 중국 마후앙산 서광구 개발에 주력, 드디어 상업적인 생산에 돌입하게 됐다. 이 유전의 총 매장량은 230만배럴. 초기 하루 생산량 800배럴로 시작해 향후 10년 이상 원유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비록 소규모 유전이긴 하지만 한국 기업이 운영권자로 직접 생산정 굴착, 생산시설 건설 등에 참여해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이를 통해 중국 내 자원개발 사업의 기반을 확보했으며, 2012년까지 동티모르, 멕시코만 등으로 투자를 확대해 탐사 및 개발 광구 15개, 생산광구 5개를 더 확보할 계획이다.
LG상사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이 총 550억달러를 투자해 국가적으로 진행하는 남야쿠치아 종합개발 사업에 뛰어든다. LG상사는 또 석탄광산 '이나글린스카야'와 우라늄광산 '엘콘스키'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사하공화국과 합의했다.
LG상사는 이곳에서 생산된 유연탄을 국내로 들여와 고품질 제철용 유연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도 미얀마에서 가스전 개발을 직접 추진, 조만간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들이 해외 에너지를 직접 개발할 경우 운영권을 우리 기업이 갖기 때문에 국가 입장에서도 큰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