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대안으로 원자력 부상>
CHRIS
0
6,768
2008.06.09 14:08
[서울=연합뉴스 2008년 6월 9일 월요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3차 오일쇼크'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원자력이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은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서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극히 적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9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 관련부처,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은 1978년 4월29일 원전의 상업운전이 시작된 지 30년째를 맞아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국가적 전략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들도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선진 8개국(미국.일본.캐나다.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러시아)과 한국, 중국, 인도 등 11개국은 8일 일본에서 열린 'G8+3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원자력은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므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확인했다.
특히 원전을 사용하지 않는 이탈리아도 여기에 동의했으며 이들이 채택한 공동선언문에 "원자력은 전력공급 기저부하 역할을 하며 발전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감소시킨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과거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선정할 때 사회적 합의 과정을 소홀히 해 혼란을 빚은 바 있어 향후 신규 원전부지 선정과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의 과제는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 원전 비중확대 필요성 커져
원전의 적정 비중을 논의할 국가에너지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열린 공청회와 공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원전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가간 에너지 확보경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자원 보유국은 국영회사 중심으로 자원 국유화를 추진하는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광구 매입단가가 3년만에 4배로 뛰는 등 해외자원개발 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원자력은 효과적 방안이다.
세계 우라늄 매장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고 장기계약에 의해 개발.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원전 원료의 공급안정성은 다른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주목된다.
발전부문은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무 설정방식이 국가별에서 부문별로 바뀔 가능성이 커 발전부문이 주요 감축의무 설정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상황이다.
1㎾h를 발전하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유연탄 991g, 석유 782g, 가스 549g 등인 반면 원자력은 10g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말 기준 1㎾h를 발전하는데 드는 원가는 석탄 35.7원, LNG 86.8원에 비해 원자력은 34.0원으로 가장 낮으며 앞으로 탄소배출 비용을 반영하면 원전의 경제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따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원자력발전의 적정비중 목표로 원전 설비비중을 지난해 기준 26.0%에서 2020년에는 29.0%로 늘리고 2030년까지 37~42%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2월21일 열린 1차 공청회에서도 원전 9기를 신설해 설비비중을 37%로, 발전량 비중을 현재 36%에서 55.7%로 높이는 것을 가장 타당한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전력부문에서 경제수준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상승한 전력수요를 조정하는 것이 원전확대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어 원전 확대는 에너지절약 구조로의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육성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 주요 선진국 "원전이 대안"
원자력에 부정적이었던 유럽에서도 핀란드가 2005년 서구 유럽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공사에 들어가는 등 주요 선진국들이 고유가 상황에서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일찍이 2000년에 원전에 대한 재평가를 포함해 1차 에너지 구성을 재검토하는 등 에너지안보 강화정책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2005년 7월 에너지정책지침법을 제정해 원자력발전을 유지했으며 160만㎾급 신형 원전을 2012년 완공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 선진국인 영국도 이산화탄소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시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본은 2006년 5월 발표한 신국가에너지전략에서 석유의존도를 현재의 50%에서 2030년에는 40%로 낮추기로 하고 이를 위해 에너지절약과 신에너지, 원자력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2006년 1월 연두교서에서 원전 확대와 핵비확산의 양립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에너지법 전면개정을 통한 원전 건설을 지원했다.
아울러 8일 열린 'G8+3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각국의 각료들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다만 원자력발전 중단 방침을 밝힌 바 있는 독일은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유보입장을 밝혔다.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가에서도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들을 세워놓고 있다.
◇ 원전부지.폐기물처리 등 숙제 산적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원전 9기 이상 건설을 적정한 방안으로 결정한다면 우선 원전 부지 선정이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원자력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확보하고 있는 부지는 신고리에 4기, 신울진에 2기로 현재 부지에 추가할 수 있는 원전은 6기가 한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전 부지도 방폐장과 마찬가지로 보조금 지원 등을 내세워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선정할 방침이지만 위험시설 유치에 따른 지역간 또는 지역내 갈등은 불가피하다.
원전 부지보다 훨씬 큰 문제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 정책결정도 시급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
에너지위 산하 갈등관리전문위에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으며 올해부터 공론화를 추진키로 했지만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 임시로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는 재처리 또는 직접처분에 앞서 냉각을 위해 중간저장하게 되는데 지난해말 기준 사용후 핵연료 저장용량은 1만2천561t이지만 저장량은 9천518t으로 75.8%가 채워졌다.
우리나라는 한미원자력협정과 한반도비핵화 선언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어 고준위핵폐기물은 사용후 핵연료가 전부다.
정부는 그동안 중저준위 방폐장 문제 해결에만 주력했을 뿐 현재 원전마다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것인지 중간저장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다.
방폐장 부지선정에 21년이 걸렸으며 원자력발전소의 작업복이나 장갑, 교체부품 등을 저장하는 중저준위 방폐장을 두고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는 점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거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