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외줄타는 자원개발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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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7 18:53
[서율경제 2009년 4월 7일 화요일]
정권바뀌면 계약취소… 中물량공세… 해외변수에 속수무책
점찍었던 광산, 中이 20배 더주고 회사 통째 매입
원자재값 상승 기미… "지금이 기업 인수등 적기"
산업 진출과 연계한 '패키지 전략' 적극 활용해야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이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하다. 국내적인 변수보다는 해외 변수가 더 큰 문제다. 정권이 교체돼 이전 정권에서 체결한 계약을 취소통보 받는가 하면 자원확보에 나선 '중국'의 엄청난 물량공세와 경쟁하는 것도 버겁다.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최근 자금을 앞세운 중국의 위력을 실감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사장은 "얼마 전 호주 동남쪽의 광산을 사기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가 사려던 광산을 가진 회사를 샀다"면서 "우리가 제시할 가격이 10이었다면 중국은 20배 높은 200을 투자해 회사 전체를 사버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중국이 접근하지 않는 '틈새'를 노리거나 자금력을 앞세우기보다는 '산업'과 연계한 패키지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슬아슬 외줄 타기=러시아 서캄차카 광구,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 이라크 바지안 광구 등과 함께 우리나라 석유 탐사 빅 프로젝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나이지리아 해상유전 탐사사업이 소송전으로 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정권의 유전계약 등을 모두 취소통보한 게 원인이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최악의 경우는 초기 투자자금이라도 회수할 것"이라면서 "지분 일부를 받거나 대체 광구를 분양 받는 방식도 조금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개발의 외줄 타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의 경우 양국 정상 간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이 흐른 뒤에나 탐사사업이 이뤄졌다.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도 비슷하다. 중단될 뻔했던 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광권의 소유권이 가스프롬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가스프롬과 석유공사의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기대감이 큰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광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에는 일단락된 듯하지만 중앙정부의 일부는 여전히 석유공사와 SK가 쿠르드 정부와 계약을 맺은 것을 두고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남부 유전의 개발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양국 정상 간에 협력하기로 한 만큼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 움직임…타이밍 잘 잡아야=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해외자원개발의 성과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2%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자금력이 부족한데다 산업과 자원개발의 패키지 딜 역시 많은 시간이 소요돼 낮은 국제유가의 프리미엄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솔직히 중국을 빼고는 다들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자금력 등의 부족으로 하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고 주요 메이저 석유기업의 경우 그간 충분한 이익을 본 만큼 여러 변수를 지켜보면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일산 20만배럴 규모의 유전을 인수하겠다는 정부의 포부도 가격 상승으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기라는 이유로 시기를 저울질할 상황은 이제 아닌 것 같다"면서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이 최대한 많은 자금을 끌어들여 유전ㆍ광물 등의 광구를 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신종 사장도 "주요 기업을 인수합병(M&A)할 시간은 올해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서둘러 타이밍을 잡아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