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 광산 다시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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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3 14:55
[중앙일보: 2007-11-22]
[중앙일보 이찬호] 지난 19일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거리는 썰렁했다. 철제 문을 내린 상점이 곳곳에 있었고,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구례초등학교 인근에는 벽체가 허물어지거나 창문이 깨진 채 방치된 빈 집이 수두룩했다. 이런 집이 상동에만 300여 채에 달한다. 텅스텐을 생산하던 대한중석 상동광업소가 문을 닫은 후 상동읍은 그야말로 폐허가 됐다. 한 때 최고 2만3000여 명에 달했던 인구가 현재 1360여명으로 줄었다. 이런 곳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다국적 광물 탐사 기업이 상동의 텅스텐을 다시 캐겠다며 시추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어 놀던 주민 일부가 시추 보조원으로 일하는 등 미미하지만 지역에 활력을 주고 있다.
상동광업소 자리 해발 800m 지점의 시추현장. 오리엔탈 미네랄즈 박증용 소장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찬호 기자]
◆광산 다시 개발하나=상동광업소가 문을 닫은 것은 1993년. 텅스텐은 한 때 우리나라 수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광물이었지만 중국산 텅스텐 공세에 밀려 폐광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14년 만에 광산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오리엔탈 미네랄즈는 지난해 11월부터 상동광업소에서 시추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발 900m 지점 등 네 곳에서 시추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하고 36 공을 시추했다. 70 공까지 시추할 계획이다. 시추한 원석은 가루로 분쇄, 매달 100~150㎏씩 호주의 분석센터로 보내진다. 회사측은 내년 말까지 시추를 끝내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광산을 개발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가 광산 재개발에 나선 것은 텅스텐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 2002년 1t 당 50달러 내외이던 국제 텅스텐 값이 2003년부터 오르기 시작, 최근에는 25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텅스텐뿐 아니라 몰리브덴 매장량도 많으며 품질도 우수하다. 회사측은 10억t의 텅스텐 채광이 가능해 몰리브덴까지 합쳐 광산의 잠정적 가치가 60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 소장 박증용씨는 “광산을 다시 개발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는 이미 끝났고 광맥의 흐름과 심도, 매장량 등을 조사하기 위해 시추하고 있다”며 “2008년 하반기에는 광산 개발 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미치는 영향=상동 거리에 아직 외형상 변화는 없다. 상당수 주민이 피부로 느끼지도 못한다. 그러나 시추작업이 진행되면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
현재 시추 현장에 있는 인원은 외국인 3명을 포함해 40여 명. 이 가운데 20여 명이 상동 주민이다. 주로 공사장에서 품을 팔았고, 일거리가 없으면 놀았다. 3~4명은 외지에 나갔다가 돌아왔다. 회사측은 시추장비를 가동하는 기름을 비롯해 가끔씩 필요한 굴삭기와 트럭 등의 장비를 상동에서 조달하고 있다. 직원 임금과 기름값, 식대, 장비 대여료 등으로 매달 3000만~4000만원이 상동에 풀리고 있다. 유진주유소 주인 강춘규씨는 “시추가 이뤄지면서 작지만 매출이 늘었다”며 “본격적으로 광산이 개발돼 지역 전체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광산이 개발돼 운영되면 최소 5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개발 과정에서 2000여명의 고용효과를 거두는 등 상동은 물론 영월지역 경기 부양에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동읍번영회 전제업 회장은 “최종 결과는 내년 말에나 나오겠지만 현재까지는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광산이 다시 가동돼 상동이 70년대처럼 잘 살 수 있게 되기를 모든 주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