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과소비로 생물 멸종 속도 1000배 빨라져”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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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1 09:40
2009.04.30 <joins>
프랑스의 해양학 분야 석학인 질 베프(59·사진) 프랑스국립자연사박물관장이 방한했다. 경기도가 30일 화성 공룡알화석지 방문자센터에서 개최한 ‘세계 자연사박물관의 현황과 발전 방안’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베프 관장은 프랑스 해양개발연구소 연구책임자이자 파리 6대학 해양과학센터장도 맡고 있다. 그로부터 자연사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자연사박물관은 풍부한 유물을 수집·전시하고, 그 자료를 통해 지식을 보급하는 연구센터로 기능을 합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게 해 정책결정자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도 중요하죠.”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미생물부터 광·식물, 동물까지 7000만여 개의 표본을 소장하고 있다. 종사 인원만 2500여 명. 그중 과학자와 공학자가 1000명에 이른다.
“인간 때문에 생물 종(種)이 정상의 1000배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요. 가령 지금처럼 물고기를 잡아대면 40년 뒤엔 어류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거란 연구 결과도 있지요. 자연사박물관은 멸종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아마존 열대우림과 남태평양의 생태를 조사하고 있다. 2011년엔 그 지역 멸종위기 생물을 테마로 전시할 계획이다.
“자원의 불평등과 과도한 소비가 환경 위기를 불렀어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선 ‘나눔’의 가치를 배워야 합니다. 자연사박물관은 그 국가는 물론, 전지구의 환경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습니다. 과학을 문화와 융합해 대중에게 잘 전달하는 곳이니까요.”
한국에는 OECD 국가로는 드물게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 한때 건립을 추진했으나 외환위기로 건립이 무산됐다가 최근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 노원구, 인천시와 강원도·제주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연사박물관은 관람객이 많이 올 수 있도록 접근이 쉬운 곳이어야 하고 공간이 넉넉해야 합니다. 우리 박물관은 도심에 있지만 큰 공원 안에 있기에 전시 공간도 충분하고 자연도 볼 수 있지요.”
한국이라면 어디에 들어서는 게 좋을까. “한국을 잘 모르니 함부로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서울 도심에 더 이상 대형박물관이 들어서기 힘들다고 본다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공룡알 화석 발굴 현장도 볼 수 있는 화성이 자연사박물관 입지로 매력적인 곳이라 생각됩니다.”
그는 심포지엄에 앞서 화성시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를 둘러봤다. 그는 “바다였던 곳이 육지화하면서 생긴 광활한 대자연이 인상깊었다”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소와 생물과학연구소도 방문했다. “프랑스는 아시아권에선 대만·일본과 주로 대외협력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한국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생각입니다. 한국 학생들에게 프랑스의 연구소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는 일로 협력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