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이 지구를 지킨다/이일준 DHL코리아 글로벌영업부 전무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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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3 10:14
2009.05.12 <파이낸셜뉴스>
신문이나 방송에서 “지구를 살리자”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실상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런 일들은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로만 느껴질 때가 있다.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얼마나 중요한지, 나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일상의 작은 실천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자발적 실천도 함께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 28일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어스 아워(Earth Hour·지구의 시간)’에 참여했다면 그 또한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리라 생각된다. 특히 올해는 소등을 지구를 위해 한 표 던지는 투표의 의미로 해석하는 ‘보트 어스(Vote Earth·지구에 투표하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등을 하는 것은 지구를 생각하는 우리의 자발적인 의무이자 권리라는 생각에서다.
어스 아워를 처음 진행했던 지난 2007년 3월 31일 오후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1시간을 위해 국내에서도 여기저기서 떠들고 “아파트 불을 꺼라” “왜 안 끄냐” 등 보여주기 식의 행동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떤 기업의 경우는 자신들이 직접 하지도 않았는데 운 좋게 매체에 노출이 되기도 하고 자신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하는 자태도 보였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기업과 가족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서 하는 것이 진정한 어스 아워와 환경 보호를 위한 일련의 행동이 아닐까 한다.
올해는 개인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참석해 큰 성과를 거둔 해이기도 하다. 특히 DHL은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서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기후보호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올해는 3월 28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DHL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 사무소에서는 전날 밤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소등을 하였으며 직원들 개개인도 28일 당일 집에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실행했다. 필자 역시 그날 실천했던 작은 행동이 지구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무척 뿌듯한 저녁을 보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과 같은 글로벌 랜드마크도 어스 아워에 참여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남산타워, 시청 본관, 한강 다리 12곳, 잠실올림픽경기장, 상암월드컵경기장 그리고 서울 성곽이 공식적으로 1시간 동안 불을 끄고 전세계적인 행사에 참여한 것을 보며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었다.
시드니는 지난 2007년 한 시간가량 소등으로 인해 시드니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10.2%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작은 실천이 함께 모이면 얼마나 큰 힘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참가국가는 총 205개 국가였다. 하지만 초대 올림픽에는 10개의 도시국가가 참여했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에는 159개 나라가 참가했을 정도로 해가 갈수록 참여 국가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승부에 대한 경쟁도 치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피에르는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닌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 속에서는 이런 힘들이 모여 더 큰 진가를 발휘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은 실천이 가져다 줄 긍정적인 변화의 힘을 믿으며 잠시 전기 스위치를 내렸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구와 국가 및 회사와 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작은 실천들을 생활 속에 펼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