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216) 염지하수의 정체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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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4 09:57
2009.063.03 <디지털타임스>
■ 바이오&헬스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염(鹽)지하수'를 먹는 물로 가공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모양이다. 먹는 물을 다원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암반을 거쳐 지하로 스며들어 만들어진 염지하수는 `미네랄'이 풍부해서 기능성 음료 제조에 유용하고 소금과 같은 부산물 활용으로 물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바닷가의 지하수에는 어쩔 수 없이 바닷물이 섞여 들어간다. 그래서 다른 불순물이 없다고 해도 너무 짜서 그냥 마실 수는 없다. 얼마 전에 떠들썩하게 소개됐던 심층해양수와 마찬가지로 첨단 기술을 이용한 복잡한 처리 공정을 거쳐야만 마실 수가 있게 된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역삼투'와 `전기투석'을 이용할 모양이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얇은 분리막을 이용해서 물 속에 녹아있는 전해질 성분과 불순물을 걸러내는 첨단 기술이다.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유용한 기술이지만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역삼투에서는 물에 녹아있는 전해질 이온이나 다른 불순물은 통과할 수 없는 반투막을 사용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일 때처럼 생물체의 세포막에서 볼 수 있는 삼투 현상을 거꾸로 이용한 기술이다. 불순물이 포함된 물에 삼투압보다 높은 압력을 가해주면 삼투막을 통해 깨끗한 물이 흘러나온다. 속도가 느리고 물 낭비가 심한 것이 흠이다.
전기투석도 역삼투와 비슷한 기술이다. 다만 반투막 대신 양이온과 음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이온교환막을 이용하고 압력 대신 전기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양이온과 음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교환막을 교대로 배열한 장치를 이용한다. 바닷물을 먹는 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소금을 비롯한 부산물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기투석을 이용해서 만든 소금이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역삼투와 전기투석은 물을 끓이는 증류법과 함께 바닷물의 담수화에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물에 녹아있는 불순물의 종류와 농도, 생산량에 따라 효율이 다르다. 물에 비누가 녹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는 바닷물을 사용하면 분리막에 물때가 생겨서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염지하수에서 생산한 먹는 물에 신비의 `미네랄'이 들어있다는 주장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본래 미네랄은 `광물질'을 뜻한다. 물에 녹아있는 미네랄은 알칼리 금속 양이온을 뜻하고 할로젠 음이온과 함께 녹아있게 된다. 결국 소금도 미네랄인 셈이다. 미네랄의 종류와 양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주장은 엉터리라고 봐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소개하는 바나듐, 게르마늄, 셀레늄 등의 건강증진 효과는 크게 과장된 것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불임과 노화 방지, 혈액순환 및 간 기능 개선 효과를 들먹이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런 주장은 엉터리 광고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농산물의 경우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런 주장을 게시하는 것을 식품위생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음식물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미네랄 성분을 일부러 물에 넣어 먹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런 성분이 너무 많은 물은 마시기에 적당하지 않다. 우리에게 훨씬 더 중요한 칼슘도 너무 많이 녹아있으면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없다. 정부가 정한 먹는 물 기준에서 제한하고 있는 불순물들이 대부분 미네랄 성분이다.
깨끗한 물을 만들 수만 있다면 염지하수라고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심층해양수의 경우처럼 염지하수를 신비화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핑계로 건강 증진 효과를 들먹여서는 안 된다. 이제 물의 신비로운 효능에 대한 잘못된 기대는 버려야 한다.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