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0 <매일경제>
지금까지 거의 반세기에 걸쳐 화성 탐사는 미국의 전유물이었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오는 2016년부터 유럽과 공동으로 탐사를 벌일 예정이다. NASA는 지난 3월 유럽우주국(ESA)과 번갈아 화성 탐사를 주도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 5월엔 "자존심과 국가주의를 약간 양보한다면 파트너와 함께 공동의 과학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최선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SA의 태양계 탐사 조정관 마르첼로 코라디니는 "우리는 모두 기꺼이 협력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협력 여부가 아니라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은 양쪽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다. NASA는 화성 궤도탐사선 마스 사이언스 래보러토리(MSL) 발사를 2011년으로 연기한 데 이어 23억달러로 예상되는 차세대 원자력 탐사로봇 계획도 규모를 줄이기로 했으며, ESA 역시 2016년으로 예정된 표면 굴착 로봇 엑소마스 탐사가 불투명한 지경이다.
NASA는 원래 예정됐던 기간에 기능을 축소한 궤도 탐사선을 보내는 대신 유럽의 화성 표면 탐사선 착륙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NASA의 화성탐사계획을 지휘하는 더그 맥퀴스티언은 "미국과 유럽이 모두 각자 예정된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두 계획을 통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처음엔 양쪽 다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개의 탐사선을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지, 2016년 이후에 어떤 공동 계획을 추진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제적 협력은 재정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위험 또한 내포하고 있다.
ESA는 화성 궤도 탐사선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표면에 착륙시키지는 못 했는데 코라디니는 이 문제에 대해 역할 교대를 제의하고 있다.
이런 계획에 대해 적극적인 우주탐사를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은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을 국제정치의 볼모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우주 탐사에서 국제협력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NASA와 ESA, 이탈리아 우주청은 쌍둥이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운행하고 있으며 올해 초 NASA와 ESA는 오는 2020년 목성 위성 유로파 탐사작업을 공동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NASA는 그러나 화성에 관해서만은 독자적인 계획을 고집해 왔었는데 최소한 50억달러가 드는 화성 암석 운반 계획 등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찰 뿐 아니라 성공에 따른 부담도 혼자 져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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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