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대만에 느린 지진 일으켜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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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2 09:32
2009.06.11 <joins>
태풍이 대만에 장시간 지속되는 느린 지진을 일으키며 그 덕분에 강력한 지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최신 연구가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대만과 미국 과학자들은 필리핀 해양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대만 동부의 비스듬한 단층대 지하 200~270m에 구멍을 뚫고 지진계를 설치해 5년간 관찰한 결과 열대성 폭풍과 '느린' 지진 사이에 놀랄만한 상관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느린 지진은 30년 전에 밝혀진 현상으로, 일순간에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일반 지진과 달리 몇 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연구진의 관찰 결과 지진계에는 20 차례의 느린 지진이 기록됐는데 이 가운데 11개는 태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수집된 자료는 태풍이 느린 지진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 둘이 우연히 겹칠 가능성은 지극히 작다"고 말했다.
태풍은 대기압을 낮춰 단층대 위의 육지에 가해지는 압력도 줄어들게 되며 그 결과 단층의 한 쪽이 약간 올라가면서 밑에 축적되고 있던 압력이 방출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만의 단층대는 항시적인 긴장과 스트레스 축적을 겪고 있는데 "붕괴 직전 상태가 되면 태풍의 저기압으로 인한 작은 동요 만으로도 붕괴 한계선을 넘어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만일 태풍이 없다면 스트레스가 계속 쌓였다가 건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붕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태풍은 해상(海床) 단층대에는 지진을 유발하지는 않는데 이는 이런 지역에는 항상 바닷물이 움직이면서 얍력의 차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폭풍이 압력 밸브 역할을 해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지역에 압력이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종 재난으로 여겨지는 태풍이 대만에는 오히려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만나는 난카이 해구에서 양쪽 판은 연간 약 4㎝씩 서로 파고 드는데 이는 대만에서 일어나는 지진활동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난카이 해구보다 판의 미끄러짐이 큰 대만에서는 난카이보다 더 많은 지진이 일어나야 하는데 실제 대만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기록은 없고 강진의 수도 비교적 적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에 반해 난카이 해구에서는 100~150년 주기로 규모 8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