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들어간 로봇, 노다지를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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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들어간 로봇, 노다지를 캔다

쏘니 0 7,825 2009.07.01 09:45
2009.07.01 <조선닷컴>

동해에서 망간 채집 실험 성공 2025년엔 태평양 진출… 연간 1조 효과
30일 오전 경북 울진군 후포항 동남쪽 4.5㎞ 앞바다. 대형 바지선에서 포클레인처럼 생긴 로봇이 바다 속으로 내려갔다. 40분 만에 배 위에 새까만 유리구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개발한 심해저 광물자원 채광 장비가 실제 바다에서 처음으로 성능을 발휘한 것이다. 이 실험 성공으로 우리나라에 연간 1조원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바다 속 노다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이날 바다 밑 망간 채취 로봇 실험은 바다 밑 100m에서 이뤄졌다. 유리구슬은 앞으로 하와이 주변 남태평양 바다 밑 5000m에서 캐낼 망간 단괴(덩어리)를 대신해 미리 뿌려놓은 것이다. 바다밑 망간 단괴에는 구리·니켈·코발트·망간 등 4대 금속 광물이 육상보다 수백 배 높은 밀도로 뭉쳐져 있다.

해양연구원 강정극 원장은 "2002년 남태평양 공해상에서 남한 면적의 4분의 3에 이르는 심해저 광구의 개발권을 따냈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연간 300만t의 망간 단괴를 채광하면 1조원이 넘는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해에서 성능 실험에 성공한 채광장비는 2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있다. 바다 밑에서 망간 단괴를 채집하는 집광(集鑛) 로봇과 수거된 망간 단괴를 펌프와 파이프로 배 위로 뿜어 올리는 양광(揚鑛) 시스템이다. 로봇이 패스한 공은 펌프가 받는다. 집광 로봇과 양광 펌프·파이프는 동시에 바다에 들어간다. 수직으로는 10m, 옆으로는 30m를 정확히 맞춰야 로봇이 채집한 광물이 파이프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거리를 맞추기 위해 쉴 새 없이 무전 연락을 하던 지질자원연구원 윤치호 박사는 "광산에서 지하수에 섞인 석탄을 뽑아낼 때 터득한 펌프 기술을 바다에서 발휘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날 실험을 위해 두 달 동안 이곳 바지선에서 살다시피 했다. 해양연구원 김형우 박사는 "파도가 잔잔할 때가 별로 없어 한 번 작업을 하면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바다 속도 문제였다. 어민들의 협조를 받아 미리 그물들을 치웠지만, 로봇이 광물을 빨아들이는 주둥이를 수시로 폐그물이 막았다.

태평양 바다 밑 5000m에서 실제로 망간을 채광하는 것은 2025년을 목표로 하고있다. 연구진은 2012년엔 수심 1000m, 2015년에는 수심 2000m 심해저 채광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때쯤 로봇의 크기도 5배로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연구 총책임자인 해양연구원 홍섭 박사는 "일본과 인도, 중국 등이 우리보다 앞서 심해저에서 광물 채취 실험을 했지만, 로봇 스스로 채광하는 시스템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시작은 늦었지만 우리의 앞선 IT기술력을 이용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울진=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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