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07.05 <동아닷컴>
금융규제-기후변화 난상토론 예고
신흥국 반감 커 성과 미지수
글로벌 경제위기와 기후변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8∼10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G8 국가들 외에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 등 신흥 경제개발국을 포함해 28개국이 참여한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각종 현안이 다양하게 논의될 예정이지만 구체적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가득 쌓인 현안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7월 일본 도야코(洞爺湖) G8 정상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문제가 핵심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07년부터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 금융시스템 개혁과 은행 규제의 구체적 방안이 집중 거론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5일 전했다. 위기에 놓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재점화를 포함해 글로벌 교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해법도 논의할 예정.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국인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롯해 G8 정상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달러를 대신한 기축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제안했던 중국도 “새 기축통화 문제를 먼저 제기할 계획은 없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 하지만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다른 나라에서 이 의제를 꺼낼 경우 토론에 나설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기후변화 대응책도 주요 의제다.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국제회의를 앞두고 주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의 대응 의지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전향적 기후변화 정책을 바탕으로 신흥 경제국의 책임 확대를 둘러싼 난상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북한 핵개발을 비롯한 핵무기 확산, 글로벌 테러리즘, 글로벌 경제격차 대응 방안 등도 논의된다. 빈국 지원 문제와 관련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G8 정상들이 아프리카 등 빈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 공격받는 G8
이번 회의가 기대했던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무엇보다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논의에 반감을 표시하는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 “G8이 경제위기 대응에 한계를 드러냈으며, 세계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 능력도 상실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옵서버로 참여하는 20개 개발도상국은 회의석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다. 게다가 G8의 역할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만들어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밀려 약화되는 추세다.
올 4월 강진 피해가 컸던 회의 개최지 라퀼라에서 3일 또다시 리히터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회의 정상 개최에 대한 의문까지 낳고 있다. 이번 회의는 당초 사르디니아 섬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라퀼라 지역의 재건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이유로 막판에 장소를 변경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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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송평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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