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사발원지 사막화 ‘재앙’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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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9 09:52
2009.07.29 <세계일보>
중국 북방의 사막화가 재앙으로 변하고 있다. 황사의 발원이기도 한 중국 간쑤(甘肅)성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사막 주변지역에 물이 사라지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메마른 사막지대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모진 애를 쓰지만 사막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을 뒤덮는 황사도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발간되는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27일 과거 간쑤성의 중심지였던 민친(民勤)현에 북방의 사막화로 인해 생태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막화로 지난 10년간 고향을 등지고 떠난 민친현 주민은 7972가구, 3만2000명에 이른다. 사막화로 인한 난민은 바단지린·텅거리(텐겔)사막 주변 지역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환경변화에 따라 고산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물이 말라붙은 탓이다. 민친에서 동북방 80㎞ 지점에는 1950년대만해도 칭투후(靑土湖)라는 큰 호수가 있었다. 이 호수 주변에 과거 한나라 무제(BC 156년∼BC 87년) 때에는 흉노족 왕의 대규모 목지가 있기도 했다. 직경 1.6㎞에 평균 수심 25m, 최고 수심 65m에 이르렀던 이 호수는 최근 50년 만에 모습을 감췄다. 호수 자리에 모래 무덤만 덩그렇게 남았다.
중국의 수리학자 첸정잉(錢正英)은 “칭투후는 중국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사라진 호수”라며 “인근의 루오부보(羅布泊) 호수가 사라지는 데 천 년이 걸린 데 반해 칭투후가 사라지는 데에는 반세기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친현은 사막화 재앙을 맞은 중국 북방의 상황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다. 이곳에는 1950년대만해도 1200개의 크고 작은 하천이 지나며 140㎢의 자연 호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천연 지표수는 물론 지하수도 고갈됐다. 수백만 그루의 보리수 나무는 말라죽었다.
남방도시보는 “과거 ‘민친 녹주(綠洲)’로 불렸던 이곳은 이제 녹주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초라해졌다”고 전했다. 녹주란 사막에 형성된 대규모 녹지로, 과거 서역에 들어선 국가가 번영을 누리는 기반을 이뤘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중국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007년 민친을 방문, “이곳을 제2의 루오부보(羅布泊)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국무원은 그해 말 47억위안을 간쑤성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2010년에는 지하수의 수위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말라가는 물의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중국 사막화방지단 수석과학자인 왕타오(王濤)는 “지난 10년 새 바단지린사막과 텅거리사막은 가장 심한 모래폭풍과 황사가 이는 지역으로 변했다”며 “두 사막은 매년 10m의 속도로 주변 녹지를 잡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강호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