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피해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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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피해 남의 일이 아니다

쏘니 0 5,313 2009.07.31 12:01
2009.07.30 <대전일보>

담배 타르나 시커멓게 탄 고기 등의 발암물질은 개인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인체흡수를 줄일 수 있지만 석면은 상황이 다르다. 어느 곳에 쓰였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흡입하게 되는 죽음의 광물섬유다. 석면이 포함된 자재를 제대로 구분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무서운 유해물질이다. 폐에 들어가면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흉막질환이나 석면폐는 물론 폐암, 악성중피종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오래전 충남 홍성과 보령 지역 석면광산 인근에 거주했던 주민 상당수가 최근 폐질환을 앓는 것으로 확인돼 석면의 잠복기와 유해성을 입증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수십 년을 살아온 석면 광산 인근 주민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석면은 내열성이 높아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됐으나 발암성이 확인된 뒤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오래된 대형 건물의 철거현장에서는 거의 석면이 검출된다.

일부 학자는 석면의 잠복기를 내세워우리나라에서 악성중피종 환자가 2032년쯤 가장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내놓았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40년 전 새마을운동 때부터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지금은 환자가 발생하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석면 수입이 가장 많았던 1992년을 기준으로 40년 뒤인 2032년쯤 악성중피종에 걸린 환자가 가장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중장년층이라면 어릴 적 슬레이트 지붕을 잘 기억할 것이다. 시공하기 쉽다는 이유로 웬만한 초가집 지붕은 슬레이트로 개량했다. 네모 반듯하게 슬레이트를 잘라 고기까지 구워먹었으니 참으로 무지한 세월이었다. 천장에는 석면이, 방구들에는 연탄가스가 뿜어나오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낸 중장년에게 언제 폐질환이 도질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석면 사용이 줄어들어 위험은 가신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판중인 냉장고와 풍선, 자전거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부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보도는 약과다. 대다수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건물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니 학부모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지난 29일 공개한 ‘학교 석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3158개 유치원 및 초·중·고교, 특수학교의 99.1%인 3128곳에서 석면이 나왔다. 오래된 학교건물에 약간의 석면은 남아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99%가 넘는 수치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2007년 전국 100개 학교를 표본조사한 결과(88%의 학교에서 석면 검출)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충남 지역에서도 조사대상 55개교 가운데 54곳(98.2%)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위험 정도가 가장 높은 ‘1등급(석면이 사용된 건물의 훼손 부위가 전체 면적의 10% 이상)’에 속하는 학교는 없지만 중학교 1곳이 ‘2등급(훼손 정도가 10% 미만)’ 판정을 받았다. 대전은 올 2월까지 학교 석면 실태조사 결과가 아예 없어 시민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는 각종 빌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온가족이 종일 보이지 않은 석면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농촌에는 슬레이트 지붕이 곳곳에 남아 있고 버려진 슬레이트 파편이 방치돼 있다.

석면 가루가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잠복기가 긴데다 동료, 급우 등 주변사람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환경이라는 점만 아니라면 정부는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석면의 안전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1년부터 모든 공공건물과 학교, 2012년부터는 다중이용시설과 300인 이상 사업장, 2013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과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서 의무적으로 석면 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건축물 철거나 멸실 신고 시 석면 조사서 첨부, 석면 해체 제거 작업 중 주변 대기의 석면 농도 측정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자녀가 생활하는 학교 건물만큼은 특별대책이 필요하다. 새로 짓는 학교라면 석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물론 위험성이 높은 학교는 리모델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건강검진과 피해대책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형규 <취재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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