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태종대, 공룡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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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여행기> 부산 태종대, 공룡의 흔적을 찾아서

[조선일보 ; 2012년 12월 26일]

<블로그여행기> 부산 태종대, 공룡의 흔적을 찾아서


공룡이 보이는 부산여행,
지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태종대 이야기

부산 태종대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 17호다. 아름다운 해안절벽으로 이뤄져 있으며 저 멀리 일본 쓰시마섬까지 보인다.

태종대는 신라 29대왕 태종 무열왕이 반한 절경을 가진 곳으로, 무열왕이 활을 쏘며 노닐어 태종대라 불리게 됐다. 

해발고도 250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푸르른 해송이 가득히 바다를 마주하고 있고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200여종의 수목이 있다.

입구에서 15분 가량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전망대. 맑은 날은 일본이 아스라이 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이 깍아지는 절벽은 자살바위로 유명했다. 그래서 어머니를 생각하라는 조각상이 놓였다. 겨울인데 비까지 내린다. 희미한 바다의 수평선이 아쉽다. 청아한 파랑도 흐릿한 회색 구름빛이다.


* 절벽만 봐도 지구 역사가 보인다

그럼 이렇게 부산 태종대를 겨울에 방문하면 뭘 봐야 할까, 아직 동백이 피기 전이라 일견 삭막해 보인다.

하지만 겨울에 가장 좋은 것이 있다! 바로 지질학 여행이다. 푸른 수풀에 가려지지 않아 암석이 가장 잘 보인다.

자연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지지 않았다. 찬찬히 보면 다양한 법칙으로 만들어졌다. 그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 과학이다. 과학 중에서도 지구과학, 특히 지질학은 눈 앞에 보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해석하는 학문이다.

멀리서만 봐도 파도가 끊임없이 치는 만큼 파식해안 절벽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멀리 강물을 따라 흘러든 퇴적물이 아니라 파도가 깎아낸 절벽 조각들. 테일러스들이 해변에 깔려 있다.

그래서 저 해변은 여느 황금빛 고운 모래대신 자갈들로 이뤄져 있다. 바다는 오늘도 끊임없이 절벽을 핥으며 깎아 내리고 있다.

이런 파식해안은 화석학이 탄생한 지형이기도 하다. 비슷한 곳으로 영국 쥐라기 Jurassic 해안인 라임 레지스 Lyme Regi`s 지역을 들 수 있다.

지금도 화석이 널려있다. 라임 레지스 지역은 파도에 잘 부서지는 석회암 지대로, 자연이 깎아 놓은 절벽 조각에서 수많은 화석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화석학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게 되었다.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다. 유럽 여행할 때 라임레지스 해변에서 화석을 찾으며 신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화석학 박물관도 흥미 진진하게 꾸며져 있다.

태종대는 파도에 깎여 드러난 절벽 단면 덕에  퇴적층이 무척 잘 보인다. 퇴적 단면을 보면 허튼의 지사학 5대 법칙 몇몇을 직접 찾아 볼 수 있다. 동일과정의 법칙과 지층 누중의 법칙이 가장 쉽게 보인다. 동일과정의 법칙은 과거에 퇴적물이 쌓였던 과정은 오늘날과 같다는 말이다.

아래 있는 층은 지각변동을 받지 않은 한 더 오래된 층이다. 이것이 지층 누중의 법칙이다.

그밖에도 부정합의 법칙, 관입의 법칙, 동물군 천이의 법칙이 있다. 깎인 면, 즉 부정합이 있다면 그 면을 경계로 아래 윗층은 오랜 시간 차가 있다. 지층이 물속에 있다가 공기중에 드러나 깎이고 다시 퇴적되었기 때문에 시간차가 크다. 관입의 법칙에 따라 뜨겁게 녹은 암석이 흘러들었다면 관입당한 암석이 더 오래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젊은 층에서 더 진화된 동식물 화석이 나온다. 동물군 천이의 법칙이 있다. 이런 과정은 수만, 수천만, 수억년에 걸쳐서 이뤄진 결과다. 1cm 퇴적층에 1억년의 시간이 걸렸을지 모른다.

* 발자국만 봐도 공룡이 보인다

부산 태종대의 촛대바위가 있는 절벽 위를 걷는다는 것! 놀라운 일이다.  왜냐면 수억년 전 공룡이 걸었던 층을 그대로 오늘의 내가 걷고 있으니까 말이다.

해안 절벽 표면에 드러난 암석층, 즉 노두에는 쿵쿵쿵 찍힌 주먹만한 웅덩이가 규칙적으로 있다.

이게 바로 공룡 발자국이다. 아마 한층 한층 퇴적층 사이에 더 많은, 더 다양한 발자국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잠깐, 여기서 공룡에 대해 알아볼까?

공룡하면 사진처럼 타르보사우르스, 티라노사우르스, 익룡, 수장룡 등을 상상한다.
그러나 하늘을 날던 익룡이나 물속을 헤엄치던 수장룡은 사실 공룡이 아니다. 공룡의 정의는 따로 있다.

공룡은 2억 5천여년 전 중생대에 살았던 육상 파충류만을 말한다.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뉘는데,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서 백악기 후기까지 지구에 살았다. 이러한 공룡의 연구는 화석으로 이루어진다. 공룡 뼈화석은 공룡의 과거를 말해주는 블랙박스 같다.

공룡은 골반뼈의 형태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새의 골반과 비슷한 조반류가 있다. 조반류는 보통 두발이나 네발로 걸었으며 조각류와 트리케라톱스같이 뿔달린 각룡류, 곡룡류로 세분된다.

또 하나로  도마뱀 골반 형태를 닮은 용반류가 있다. 특히 용반류는 골반을 에워싸고 있는 뼈인 치골이 앞으로 뻗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반류에는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육식성인 수각류와 초식성의 용각류가 속해있다. 용각류는 초식성에 네발로 걷고 목과 꼬리가 길며 머리가 매우 작았다.

그럼 우리나라의 공룡은 어땠을까? 그리고 어떻게 살았을까?

공룡에 대한 물음,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한국 경남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중생대 공룡의 천국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바다지만 백악기 경상도는 공룡이 살기 좋은 엄청나게 큰 호수였기 때문이다.

하천이나 호수 주변은 먹이가 많고 강가 모래에 알을 낳기 좋아서 수많은 공룡이 모여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 게다가 백악기 경상도 지역의 퇴적층은 두께가 약 10km에 달해 공룡 관련 화석이 엄청나게 나온다.

이렇게 백악기 한반도에 공룡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공룡뼈가 2000년에 발견된 바 있다. 현재 부경대에 있는 천년부경룡이 바로 한국대표 공룡으로, 용각류 초식공룡이다.

화석에는 뼈 화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의 사진은 천연기념물 센터에 있는 조류의 발자국 화석이다. 경남 진주시에서 발굴된, 약 1억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 층에 찍혀있는 한국새 발자국 화석이다.

그런데 발자국 화석이 왜 중요할까? 공룡뼈는 공룡의 생활 습성을 전부 말해 주기 힘들다. 그러나 발자국, 똥, 알 화석 등 생활하며 남겨진 ‘흔적화석’은 공룡의 습성을 알려 준다.

부산 태종대의 절벽을 따라 걷다보면 울룩불룩 주먹만하게 패인 웅덩이가 연이어져 있다. 이게 바로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다. 공룡이 발자국을 쿡쿡 찍고 걸어간뒤 재빨리 덮혀 보존된 것이다.

발자국에 난 발가락수, 발톱 자국, 보폭 크기 등을 미루어 수각류, 조각류, 용각류 등 공룡을 구별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발자국 크기, 움푹 패인 정도 등으로 공룡 골반부터 발바닥까지 길이를 계산해 낼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보통 사진에 보이는 발자국 길이 4배가 골반~발바닥까지의 다리 길이다. 역으로 추산하여 공룡 키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공룡은 아마 성인 만 했을까 싶다.
자, 이제 태종대 절벽에 노출된 암만에 패인 웅덩이가 정말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이다. 그냥 물 웅덩이가 아니다. 수억년 전의 공룡들의 댄스플로어에 나도 발을 디디는 짜릿함을 느끼며 태종대의 발자국 화석을 다시 보자.

발자국 화석으로 두발 보행인지 네발 보행인지, 뛰었는지 걸었는지, 속도는 얼만지도 알아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둘리는 브라키오사우르스다. 걷는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시속 4-5km정도다.

이렇게 추정한 값도 다 발자국 화석을 분석한 덕분에 안 것이다. 초식 공룡 대 육식 공룡 비율도 계산해 낸다. 부산 태종대 뿐 아니라 경남지역, 특히 한국의 고성은 너무나도 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수천개의 발자국 화석 분석 결과 고성에는 초식공룡이 95% 가량, 육식이 5% 정도 되었다고 한다.

참, 사진에 있는 동전은 내가 관찰하는 지질 구조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함께 찍은 것이다. 보통 자를 쓰지만 간편히 카메라 렌즈, 동전, 펜을 함께 찍으면 나중에 크기 비교에 좋다.

* 퇴적암만 봐도 환경이 보인다

퇴적물 입자의 크기, 색깔, 각 구조들이 이루는 형태를 보면 당시 흘렀던 강이나 호수, 바닷물의 흐름, 세기를 알 수 있다. 이 중 퇴적 암석의 색깔은 보통 퇴적 환경을 알려준다. 산소가 거의 없는 곳에서 쌓이면 청록색 계열을 띤다.

반대로 산소 유입이 활발한 곳에서는 붉은 색의 퇴적층이 쌓인다. 철 이온 Fe 2+, Fe 3+ 때문이다. 퇴적물 내에서 철은 산화되면 붉은 색을, 환원되면 청록계열의 빛깔을 낸다.

서로 다른 층 색깔은 딱 붙어있는 층이라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성분이 쌓였음을 알려 준다. 사진의 청록색층은 환원환경에서 쌓인 사암으로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층 사이는 물성이 달라 벌어지기 쉽다. 층리 사이가 떨어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래서 틈을 따라 석회질, 석영질 등 성분이 녹은 지하수가 층리를 흐르기가 쉽다.

지하수에 함유된 석회, 석영질 성분은 층리 틈새를 따라 굳었다가 다시 쉽게 물에 녹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 중간의 흰 층 구멍들이 생겼다. 층의 틈을 따라 쌓인 이런 맥은 광상학적으로 중요하다.

맥을 따라 유용한 광물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유명한 광상들은 이런 맥이 발달된 곳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흰 석영질 맥에 주요하게 발견되는 것이 금이다. 금광산은 흔히 거대한 석영 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이다. 위의 참고 사진은 미국 휴스턴 자연사 박물관 광물학 섹션에 있는 샘플로, 흰 석영질 암석과 금이 함께 발견됨을 알 수 있다

암석이 비바람에 깎여 퇴적물이 되어서 바람 또는 물과 흐르다가 호수나 바다에 쌓여 굳으면 다시 암석이 된다. 퇴적암이다. 이렇게 퇴적물이 쌓여 퇴적이 되는 동안, 직후, 그리고 굳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나면 다양한 퇴적 구조가 생긴다.

아직 덜 굳은 퇴적물에 퇴적과 동시에 형성된 구조를 퇴적 동시성 구조라고 한다. 퇴적물은 덜 굳은 상태에서 대류가 일어나듯 움직인다. 사진처럼 수직 이동도 일어난다.

물이 많거나 밀도가 낮은 퇴적물은 가볍기 때문이다. 보통 하부 층이 덩어리져 올라간듯한 형태를 띤다. 퇴적물 내에 포함된 물, 진흙 등이 덜 굳은 지층 틈새로  빠져나간 형태인 불꽃 구조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활발히 물이 빠져나간 접시 구조나, 모래퇴적물에서 뱀처럼 지층이 구불구불 구겨진듯한 콘볼루트 층리구조도 있다.

그냥 걷기만 해도 피톤치드의 상큼함에 기분이 새롭다. 여기에 지질학적 관찰 거리를 살펴보는 즐거움까지 더해보면 어떨까. 새로 부산을 찾을 땐 태종대가 말해주는 흥미진진한 지구 역사에 귀기울이며 걸어 보자.

* 부산 태종대 정보

- 개방시간 : 하절기 04:00-24:00, 동절기 05:00-24:00
– 입장료 : 무료, 기상악화시 순환열차 운행 중지 
– 이륜차, 자전거, 인라인 출입금지, 휠체어 / 유모차 대여
– 문의 : 860-7866
– 부산 태종대 유람선 이용 : 09:00~ 일몰전 30분까지, 하절기 17:30, 동절기 16:30
– 부산 태종대 유람선 운항 :  평일 40분간격, 주말 공휴일 20~30분 간격
– 부산 태종대 유람선 비용 :  14세 이상 10000, 소인 6000, 기상따라 운항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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