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1톤서 금 100g 캐는 `도시금광`
orange100
0
5,178
2013.04.15 09:03
[매일경제 ; 2013년 4월 14일]
구리 1톤서 금 100g 캐는 `도시금광`
지난 12일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있는 LS니꼬동제련 귀금속 공장. 직원들이 끈적끈적한 검은 흙덩이를 용광로에 넣고 있다.
검은 흙덩이는 네모난 판 모양이 돼서 나온다. 이 판은 황산이 섞인 초록색 액체가 담긴 대형 수로로 옮겨진다. 전기분해를 하는 것이다. 판이 녹으면서 은 성분이 티타늄 판에 달라붙는다. 티타늄 판에 달라붙은 은을 털어내고,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기계 소리가 시끄럽다.
LS니꼬동제련 귀금속 부문은 온산공장과 서울 사무소를 모두 포함해 직원이 40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연간 3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1인당 매출액이 875억원이나 된다.
LS니꼬동제련은 국내 최대 동 제련회사인 동시에 국내 최대 금 제련회사다. 이 회사는 연간 60t의 금괴를 제작한다. 국내 2위 업체가 만들어내는 양이 4t에 불과해 압도적인 1위다.
회사는 칠레 인도네시아 등에서 동정광(동을 포함하고 있는 원석)을 들여와 먼저 주 제품인 동을 뽑아낸다. 동 원석에서 동을 추출하고 나면 `슬라임(Slime)`이 남는다. 슬라임에는 금, 은, 백금, 플래티늄, 팔라듐 등 귀금속이 부산물로 붙어 있다. 검은 흙덩이에 불과한 슬라임이 마법 같은 전기ㆍ화학공정을 거쳐 `금은보화`로 변신하는 것이다.
과거 연금술사들이 화학반응을 통해 비철금속을 금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동 원석에는 원래부터 금이 들어있었던 셈이다. 1t의 동 원석에서 적게는 10g에서 많게는 100g의 금을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조영재 귀금속팀장은 "슬라임에 전기ㆍ화학반응을 가해 먼저 은을 추출한 다음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금, 백금, 팔라듐 등을 뽑아낸다"고 설명했다.
추출된 금은 주조 틀에 넣어 10g부터 12.5㎏까지 다양한 무게의 금괴로 만든다. 1㎏짜리 금괴를 들어봤다. 순도 99.99%짜리 이 금괴는 손바닥보다 작지만 가격은 7000만원이나 한다.
슬라임이 찌꺼기란 뜻이라고 금을 동 찌꺼기에서 우연히 찾아낸 부수입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조 팀장은 "동 원석을 수입할 때 그 안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귀금속 종류와 함량 등을 일일이 계산해 모두 원료값을 지불한다. 공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미 얼마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 지불을 끝낸 원료값보다 더 많은 양의 귀금속을 뽑아내는 게 바로 기술력이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나올 때는 보안검색이 만만치 않다. 공항 보안검색보다 더 철저하다. 신발을 벗고 주머니 소지품을 모두 꺼내는 것은 물론 두 번의 금속탐지기 검사에다 발바닥까지 보여준 다음에야 공장을 나올 수 있었다. 직원들은 퇴근 때는 물론이고 근무시간 중 잠깐 바깥에 나갈 때도 이 같은 보안검색을 거쳐야 한다.
LS니꼬동제련에서 만든 금괴는 대부분 수출된다. 주 고객은 외국 금융회사다. 국제 공인기관인 런던금시장협회(LBMA)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 제조회사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국내에선 주로 전자부품 업체들이 많이 사간다. 최근 금값이 많이 올랐고, 반도체 회로기판 태양전지 등 공업용 수요가 크게 늘어 금 매출도 매년 상승 추세를 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이익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원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LS니꼬동제련은 금을 동 원석에서만 만들지 않는다. 생활 주변에서 버려진 폐가전제품과 산업폐기물 등에서도 금을 비롯해 희귀금속을 재활용(리사이클링)한다. 이른바 `도시광산` 사업이다.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t의 폐휴대전화에서 약 200~400g의 금이 추출된다. 1t짜리 동 원석에서 뽑아낼 수 있는 금의 양보다 최대 40배나 많다.회사 관계자는 "최근 2100억원을 들여 단양 리사이클공장을 준공하는 등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 고재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