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시한폭탄’ 메탄 북극 해저서 대량 방출
CHRIS
0
7,080
2008.09.24 11:38
[경향신문 2008년 9월 24일 수요일]
첫 확인…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위험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잠재력이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큰 메탄가스가 북극 해저에서 대량 방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3일 보도했다.
‘천천히 가는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메탄가스는 그동안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매년 수백만t이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왔지만 북극 해저에서 방출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북극의 해빙(海氷)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녹으면서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지구 온난화-메탄가스 방출-지구 온난화 가속’이라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2008 국제시베리아대륙붕연구’ 예비 보고서를 인용해 국제조사단이 음향 탐지기와 지질관측 장비를 갖춘 러시아 탐사선 야콥 스마르니츠키호를 타고 러시아 북부 해저 대륙붕 전체를 탐사한 결과 수천 평방마일에 달하는 해저 대륙붕에서 ‘메탄 굴뚝’을 통해 분출된 메탄가스 거품이 바다 위에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그동안 방어막 역할을 해온 해저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빙하시대 전에 형성된 메탄가스가 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단의 오르얀 구스타프슨 교수(스톡홀름대)는 “이전에는 용해된 메탄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지만, 어제는 처음으로 방출되는 메탄이 너무나 많아 용해될 틈도 없이 수면 위에 거품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베리아해와 라프테프해의 광대한 해저대륙붕에서는 영구 동토층보다 100배나 응축된 메탄가스층이 발견됐다면서 “이 같은 지역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예비 보고서를 검토한 러시아과학아카데미의 메탄가스 전문가 이고르 세밀레토프는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녹은 따뜻한 물이 시베리아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해저 메탄가스가 갑작스럽게 방출될 경우 온난화를 가속화시켜 더 많은 메탄가스가 방출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기후 변화나 생물 종의 멸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왔다. 북극 주변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에 예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미국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2006년 9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매년 방출되는 메탄가스가 기존 추정치보다 5배나 많은 380만t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양은 매년 화석연료가 연소하며 배출되는 메탄가ㄷ스 4억1000만~6억6000만t에 비하면 적지만, 연구팀은 수십년 안에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수십억t의 메탄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메탄가스를 “천천히 가는 시한폭탄”이라고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