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바위 주변 절벽 붕괴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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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1 18:39
[조선일보 2008년 12월 10일 수요일]
인명피해 없어… 중구청 2년전 안전진단 결과 무시 "전문기관에 정밀 안전진단 맡기고 조치 마련할 것"
대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구시기념물 제2호 '건들바위' 주변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높이 6∼7m에 가로 3m×세로 2m가량의 건들바위 뒤로는 높이 15∼20m의 절벽이 좌·우로 100m가량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바위와 절벽 면이 대구분지의 지질층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1982년 각각 대구기념물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9일 건들바위 관리를 맡고 있는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시30분쯤 대구 중구 대봉동 건들바위 뒤쪽 우측 절벽의 벽면을 형성하고 있던 높이 7m×폭 1m30㎝×두께 50㎝의 암석이 절벽 내부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사고현장 앞 인도(폭 3m)와 왕복 5차선도로를 덮쳤다. 바닥과 부딪힌 충격으로 암석 일부가 부서지면서 인도와 도로 등으로 튕겨 나가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중구청측은 "절벽 틈새에 자리잡은 나무뿌리가 벽면을 파고들면서 절벽에 균열이 생기고 풍화작용이 진행되면서 벽면을 형성하던 일부 암석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며 "암석이 주로 진흙·모래로 구성돼 있어 충격에 쉽게 부서졌지만 사고 당시 지나가는 시민들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사고 직후 건설방재과 등 직원 20명으로 구성된 사고대책반을 꾸리고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사고수습에 나섰으며 사고발생 1시간 30분만인 9일 0시쯤 도로변 등에 흩어져 있던 낙석을 모두 제거했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2006년 중구청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들과 함께 건들바위 일대 절벽의 붕괴위험에 대한 안전점검을 2차례 벌였다. 점검을 통해 "절벽 경사가 8도 정도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등 붕괴 위험이 있어 절벽 전면의 위험 암반을 제거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구청은 "문화재 관련법령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았고 대신 시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높이 60㎝의 안전펜스만 주변 150m 구간에 설치했었다. 중구청은 "안전진단을 할 경우 절벽 면에 충격이 가해져 원형이 훼손될 수도 있어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구 문화재의 지정·심의·관리 등에 대한 총괄업무를 담당하는 대구시 문화재위원회는 이날 사고현장에 대한 실사를 벌여 절벽부위에 나있는 일부 나무들을 잘라내고 추가 붕괴위험이 예상되는 암석은 걷어내도록 중구청에 통보했다. 또 필요 시 재해에 대비해 절벽 전반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받도록 권고했다.
중구청 이성순 건설방재과장은 "조만간 전문기관에 건들바위 일대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의뢰할 계획"이라며 "결과와 함께 문화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사고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