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해'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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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해'를 마무리하며

CHRIS 0 7,339 2009.01.08 15:08
[사이언스타임즈 2009년 1월 8일 목요일]

유엔(UN)은 2005년 12월, 제68차 총회에서 2008년을 ‘국제 지구의 해(International Year of Planet Earth)’로 선포하고, 그 행사기간을 2007년부터 2009년까지로 정하였다.

지구의 해는 최초 IUGS(International Union of Geological Sciences; 국제지질과학연맹)와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에 의해 공동으로 제안되었으며, 여기에 지구과학계의 12개 창립 단체, 26개의 동반 기관, 그리고 각국의 수많은 협력 기관이 동참하여 이끌어가고 있다.

지구의 해 본부는 노르웨이의 지질조사소가 있는 트론드하임에 설치하였으며, 이곳에서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각국의 국가위원회 설립을 지원한다. 2008년 11월 현재, 74개국이 국가위원회를 설치하여 활동 중이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초부터 지구의 해 활동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으며, 2007년 1월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과 장호완 교수(현 지질자원연구원장)를 공동위원장으로, 최석원 교수(현 백제문화제추진위원장)를 조직위원장으로, 한욱 교수(현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를 사무총장으로 하는 한국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후 한국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를 위시한 관련 학회 및 기관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대내외적으로 지구의 해 사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하고 헌신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2008, 지구의 해로 선포하다

유엔이 정한 지구의 해는 전 세계 40만 지구과학자가 그동안 축적한 지식을 이 사회가 좀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하게 이용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선포되었다. 해당 기간의 행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구과학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풍요로운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다양한 학술 및 대중화 프로그램을 주최하도록 제안하였는데, 그 중 학술 프로그램은 건강, 기후, 지하수, 해양, 토양, 심부 지구, 대도시, 재해, 자원, 생명으로 광범위하고 사회성 있는 10개의 주제로 이루어졌다.

한국위원회도 이와 같은 전체적 제안에 맞추어 학술위원회와 대중화(outreach)위원회를 조직했다. 학술위원회는 제안된 10개 주제를 정리하여 7개 분과로, 대중화위원회는 대외협력, 축제, 언론, 콘텐츠, 문화재, 교육 등 6개 분과로 구성하였다.

본격적인 행사는 2008년 시작

지구의 해 행사들은 이미 2007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본격적인 행사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2월 12일부터 13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UNESCO) 본부에서는 세계 지구의 해 선포식이 있었다. 이 선포식에는 각국에서 수천 명의 지구과학자, 정치가, 기업인 그리고 학생들이 모여 지구의 해 출범을 축하하였으며, 학생들의 작품경연대회, 주관 기관의 기조연설, 각국 정상급 정치인들의 축하메시지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 지구 자원, 자연재해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한 토론이 차례로 이어졌다. 한국위원회도 대표 3인과 후원 기업인 1인 및 학생 3인이 참여하였으며, 특히 선포식이 끝난 다음날인 14일 유네스코 본부 회의실에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회의를 주재하였다. 이 회의에서 한국위원회는 각각 일본위원회 및 베트남위원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구의 해 행사 기간 동안 활발한 인적 교류를 약속하였다.

세계 선포식 이후 지구의 해 본부는 세계 모든 지역의 지질을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OneGeology(http://www.onegeology.org), 세계 지질 공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Global Network of National Geoparks(http://www.globalgeopark.org), 그리고 젊은 지구과학자들을 주축으로 한 최초의 국제회의인 Young Earth Scientists Congress 2009(YES 2009)등의 굵직한 사업들을 수행하여 왔다. 한국위원회도 이러한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08년의 국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에는 본격적인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엔이 정한 지구의 해 한국위원회는 국제적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국내 사업 수행에도 많은 정성을 들였다. 2008년 4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수많은 지구과학자와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지구의 해 선포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지구의 해 기념 우편엽서와 우표 발행 소식을 알렸고, 이어진 부대행사로 지구과학 한마당 학술대회, 해양과학기술특별전시회, 극지사진전시회 및 해양과학 기술포럼이 열려 참가자들이 다양하고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전공의 지구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이를 통해 분야 간 협력이 지구과학 전체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선포식과 부대행사 직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이번 행사와 같은 큰 규모의 지구과학 학술 모임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위원회는 학회 간 협력을 중재하여 보다 큰 규모의 협력 학술대회를 매년 꾸준히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구과학자들, 사회 기여에 앞서다

한국 지구의 해 선포식을 시작으로 한국위원회는 지금까지 수십 건의 학술 및 대중화 사업을 수행하였다. 한국위원회는 학술 프로그램도 적극 지원하였지만, 지구의 해 목표가 지구과학자들의 사회 기여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므로 대중화 프로그램 수행을 매우 중시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지구환경전시회: 함께 떠나는 신기한 지구 여행’, ‘한국의 화석전’ ‘중고등학생을 위한 시화호 화석-지질 탐사’ ‘대한민국 과학축전 지구관 전시 운영’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 등이 있다.

‘지구환경전시회: 함께 떠나는 신기한 지구 여행’은 2008년 5월 17일 강원대학교 지구자원연구소가 개최한 행사로 지역 시민과 학생들이 지구 구성 물질들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 지구 현상의 원리에 대한 간단한 실험도 해보는 행사였다. 이 행사는 지방 도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지구과학 교육과 실험을 참가자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하여 짧은 시간에 수백 명이 몰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한국의 화석전’은 2008년 7월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치러진 전시회로, 우리나라 화석들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자연사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 전시회는 비교적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국내 자연사박물관들이 어떻게 그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대한민국 과학축전 지구관 전시 운영’은 2008년 8월 1일부터 6일까지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대의 과학 잔치인 과학축전 기간 동안 지질자원연구원, 해양연구원 및 극지연구소가 함께 지구관 안에 전시 프로그램 및 체험행사를 기획하여 운영한 것으로, 약 1만3천 명의 관람자가 다녀간 매우 인기 있는 행사였다.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은 2008년 2월 14일 파리 세계 지구의 해 선포식에서 한일 간 교환한 양해각서에 따른 행사로, 2008년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지구과학을 전공한 5명의 일본 학생을 초청하여 과학축전 견학을 주선한 것이었다. 이때 지구과학을 전공한 우리나라 학생 5명도 선발하여 국내 체류 기간 동안 양국 학생들이 합숙을 통해 전공과 진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학생들은 프로그램 참가 후 감상을 영문으로 한국위원회에 보고하였는데, 모두가 대단히 뜻깊은 만남이라 밝혔으며, 이러한 교류가 한일 간 차세대 지구과학 전공자들의 상호 협력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지구과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다

지금까지 유엔이 정한 지구의 해의 선포 배경과 목적, 지구의 해 본부의 역할과 업적, 한국위원회의 구성, 성과 및 계획 등에 대해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총 인원 110여 명의 지구 과학 전문가들, 14개의 관련 학회, 40여 명의 사회지도층 고문, 그리고 각계각층의 후원회가 합심하여 추진한 지구의 해 행사들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번 지구의 해 선포와 그에 따른 행사 진행을 계기로 내부적으로는 지구과학자들이 서로 더 이해하고 단결하며 분발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외부적으로는 지구과학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하게 됐다는 인식의 변화 또한 서서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의 변화 속도는 매우 느려 실제로 그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현재 지구의 해 사업이 원래 목적한 바를 완전히 달성한 매우 탁월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감히 단언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꾸준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른 후속 논의가 구체적이고 자세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지구과학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낮아 유감이다. 지구과학이 우리의 실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국가의 번영 그리고 개인의 풍요 및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학문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지구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최근의 에너지 및 광물 자원 확보,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 자연재해의 최소화 등 국가의 존망 및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전문가인 지구과학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임을 하루 빨리 인식하여야 한다.

한국위원회는 다양한 학술 및 대중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과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이 사회를 위한 우리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자신과 일반 국민들에게도 인식시키려 노력하였다. 그동안 작은 성과가 있었지만, 한국위원회 구성원들과 관계자들은 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지식이 자신과 이웃에게 보탬이 되도록 지구의 해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다짐하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우리의 지구과학으로 인해 이 사회가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며 풍요로워지기를.

유재영 지구의 해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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