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셰일가스 공습에 러시아 초비상 “한국, 에너지 공급 다변화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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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셰일가스 공습에 러시아 초비상 “한국, 에너지 공급 다변화 기회로”

푸른산맑은물 0 5,256 2013.04.16 21:40
[동아일보; 2013년 4월 16일]

러, 아시아시장 진출 확대 예상
“한-러 PNG사업 北 리스크에 표류
에너지사업 전략적으로 추진 필요”



‘천연가스의 왕국’ 러시아가 흔들리고 있다. 북미 셰일가스 개발이 가져온 세계 에너지 혁명은 전통가스 1위 생산국인 러시아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도 최근 에너지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나섰다. 석유와 천연가스 모두 중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한국으로선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발 빠른 에너지외교나 민간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회가 아닌 악몽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비상 걸린 러시아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2011년 러시아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6070억 m³로 미국(6513억 m³)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줄곧 천연가스 생산량 1위를 지켜온 러시아가 미국에 밀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미국은 2006년부터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5년 사이에 생산량을 24.3%나 늘렸지만 러시아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2.0% 증가에 그쳤다.

 동시에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중동으로부터 막대한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미국이 국내 셰일가스 개발로 수입량을 줄이자 그 물량이 유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셰일가스의 부상과 러시아의 대응’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석유·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지난해 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5개국 에너지 기업과의 가스 공급가격을 약 10% 인하했다. 11월에는 폴란드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도 16% 내렸다.

이는 단순히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지위’를 뺏긴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러시아는 석유가스 부문에서 전체 재정수입의 절반을 벌어들일 만큼 에너지산업 의존도가 큰 나라다. 2011년에는 전체 제품 수출의 70%가 석유 및 가스 부문에서 나왔을 정도다.

 “전통가스 시장은 셰일가스로 인한 영향이 없다”고 큰소리치던 러시아 정부도 최근 입장을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안드레이 클레파츠 경제개발부 차관이 셰일가스의 영향이 있음을 처음 인정했고 10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부에 ‘2030 가스부문 발전 마스터플랜’ 및 ‘동부 가스 프로그램’ 수정을 지시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셰일가스로 인해 ‘중동→북미’의 에너지 흐름이 약화되는 대신에 ‘중동→아시아’ ‘러시아→아시아’의 에너지 연계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현재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새로운 석유 유전을 개발해 한국 등 극동지역에 수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엔 기회이자 위기

 러시아가 동아시아 지역을 새로운 수출전략 지역으로 삼게 된 것은 한국으로서는 일단 호재다. 전체 에너지 수입량의 90% 이상을 중동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값싼 원유나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구매처가 등장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동시베리아 지역의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을 본격화할 경우 운송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가스프롬은 2월 블라디보스토크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투자를 최종 확정했다. 국내에서 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일본이나 중국 등의 외국 파트너와는 협력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일단 극동지역의 경쟁자가 한 발 앞서 가는 것은 무산됐지만 한국도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던 한-러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가스관 사업은 현재 북한 리스크의 덫에 걸려 표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달석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에너지 교역 구도의 변화에 잘 대응해야 국가 에너지안보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가스관 사업도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다양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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