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화성탐사 '축구공 로봇'에 맡겨주세요"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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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2:12
[서울경제신문 2008년 9월 24일 수요일]
美 내년 무인탐사선에 소형 공모양 로봇 탑재 추진
바퀴없이 최대 100㎞이동·360도 전방향서 사진촬영
"에너지 소모적고 기동성 탁월…척박한 지형 탐사에 적합"
오는 2010년이 되면 화성에 축구공이 굴러다니는 진귀한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내년 가을께 발사할 예정인 무인 화성 탐사선 MRL(Mars Research Laboratory)에 풍선처럼 부풀릴 수 있는 축구공 모양의 탐사지원 로봇의 탑재가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옹스트룀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AAC)사가 개발한 이 탐사지원 로봇은 시계추 모양의 진자를 흔드는 방식으로 팔ㆍ다리 없이도 최대 100㎞를 이동한다. 또한 360도 전 방향에서 사진을 찍거나 토양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 특히 이 탐사지원 로봇은 바퀴가 달려 있지 않아 전복될 위험이 없으며 사방이 날카로운 송곳으로 가득한 지형을 만나지 않는 한 어느 곳에서도 멀쩡하게 작동된다.
NASA는 현재 18억달러를 투자해 무인 화성 탐사선 MRL을 개발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 탐사선은 내년 9월15일 발사돼 오는 2010년 여름쯤 화성에 첫발을 내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에 이어 화성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MRL의 최대 특징은 역대 무인 탐사선 중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덩치가 크다는 것. 실제 MRL은 길이가 2.8m, 중량은 850㎏에 달해 웬만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버금간다.
NASA가 이처럼 MRL의 몸집을 키운 것은 탐사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스피릿 대비 최대 5배 많은 실험장비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같은 MRL에 실릴 탐사장비 예정 리스트에 축구공이 포함돼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사실이다. 스웨덴의 우주항공기업 AAC는 MRL의 화성 탐사를 도와줄 축구공 모양의 최첨단 탐사지원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 축구공을 품은 화성 탐사선
NASA가 AAC의 축구공 형태의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로봇이 MRL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MRL의 커다란 덩치는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덩치가 큰 만큼 이동성이 낮아 기존 탐사선과 비교할 때 효율성이 하락할 공산이 크다. 현재 NASA의 설계상으로도 MRL은 65㎝ 높이의 장애물을 넘을 정도의 강력함을 지닌 데 비해 이동속도는 거북이보다도 느려 하루 종일 200m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물론 이 탐사선은 원자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이용, 최소한 화성의 1년에 해당하는 687일이라는 긴 세월 동안 탐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속도의 한계로 인해 신속한 탐사 데이터 확보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우수한 장비를 다량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 채 탐사를 마치게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당초 AAC가 NASA에 축구공 형태의 로봇을 제안한 배경 또한 최소 비용으로 MRL의 탐사가능 영역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했다.
이 축구공 형태의 로봇은 직경이 30㎝이며 중량은 5㎏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비치볼처럼 바람을 넣어 부풀릴 수 있는 가변형 외피가 적용돼 있다. 즉 MRL 탐사선에는 수축된 상태로 탑재돼 있다가 화성 표면에 방출되는 순간 완전한 원형으로 팽창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팽창은 외피에 내장된 가스 실린더에서 제논(Xe) 가스를 분출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 로봇의 최대 강점은 역시 탁월한 이동능력이다. 바퀴나 관절형 다리가 전혀 없음에도 최대 100㎞의 거리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 또한 360도 전 방향에서 사진을 찍고 토양 샘플을 채취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크기나 중량을 감안하면 놀라운 탐사범위와 능력임에 틀림없다.
▲ 신개념 진자 추진 시스템
이처럼 축구공 형태의 로봇이 지닌 막강한 이동성의 비밀은 신개념 진자(pendulum) 추진 시스템에 있다.
진자 추진 시스템이란 시계추 형태의 진자를 전후좌우로 움직여 구동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축구공 형태의 로봇 내부에는 중앙부의 중심축에 진자가 그네처럼 매달려 있다.
이 진자는 2개의 태양전지 모터에 의해 흔들리게 되는데 흔들리는 방향에 따라 로봇의 무게중심이 바뀌면서 운동성을 갖게 된다. 진자가 앞뒤로 움직이면 전진과 후진을 할 수 있으며 이동 중 진자를 좌우로 조금씩 틀어주는 방식으로 언제든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진자 추진 시스템은 외부 동력원 없이 오직 모터의 힘만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 에너지로 이동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축구공 형태의 로봇은 외관상 어떠한 돌출부도 없는 원형이기 때문에 이동 중 화성의 울퉁불퉁한 지형에 걸려 전복될 우려가 없다. 또한 바퀴나 다관절 다리를 지닌 탐사 로봇보다 부품이 적어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으며 완벽한 밀폐가 가능해 화성 표면의 먼지에도 강하다.
단지 축구공 형태의 로봇은 특유의 모양 탓에 모래사막과 같은 무른 지형에서는 지면과의 접지력 부족으로 제자리를 맴돌 수 있다. 하지만 AAC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 외피의 압력을 줄여 마찰력을 높여주는 시스템을 구비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화성의 척박한 지형 때문에 탐사에 지장을 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AAC의 프레드릭 브룬 최고경영자(CEO)는 "축구공 형태의 로봇이 지닌 최대 강점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적다는 사실"이라며 "사방이 날카로운 송곳으로 가득한 지형을 만나지 않는 한 로봇이 멈춰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그라운드봇이 원형
NASA의 MRL 발사 계획이 내년 가을인 만큼 축구공 형태의 로봇 탑재가 NASA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도 일정상 개발시간이 촉박할 것이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브룬 CEO는 NASA의 결정이 떨어지는 즉시 축구공 형태의 로봇을 탑승시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의 기반은 이 로봇의 프로토타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라운드 봇(Ground Bot)'이 이미 스웨덴 스톡홀름 항구의 부두시설 감시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봇은 AAC가 지난 2004년 웁살라대학과 공동 설립한 로툰두스(rotundus)사의 작품으로 광범위한 지역의 감시 및 정찰을 목표로 개발됐다.
그라운드 봇은 직경 60㎝에 무게 25㎏으로 진자 추진 시스템을 통해 최대 16시간 동안 시속 10㎞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주야간 감시 카메라를 내장, 모든 방향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현재 MRL용 축구공 형태 로봇은 그라운드 봇의 진자 추진 시스템과 우주 방사선 차단이 가능한 컴퓨터, 가변형 외피를 구비하는 형태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브룬 CEO는 약 600만달러의 비용만 지원되면 4대의 축구공 형태 탐사지원 로봇 1개 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축구공 형태의 탐사지원 로봇 작동 메커니즘
1단계 : 팽창
수축 상태의 로봇을 상자에 담아 MRL에 적재한다. MRL이 화성에 착륙하면 상자의 걸쇠가 풀리며 스프링의 힘으로 로봇이 화성 표면에 방출된다. 방출과 동시에 로봇 내부의 가스용기에서 제논 가스가 분출돼 지면에 닿기 전 완전한 공 모양이 된다.
2단계 : 탐사
로봇이 2개의 태양전지 모터로부터 동력을 전달 받아 탐사를 시작한다. 제1 모터는 내부의 진자를 앞뒤로 흔들어 로봇의 무게중심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전진과 후진을 담당한다. 제2 모터는 진자의 좌우 각도를 변경, 로봇의 회전능력을 제공한다. 이 메커니즘은 헬리콥터의 비행 원리와 유사하다. 특히 이 로봇은 모래처럼 부드러운 지면을 만나면 접지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내부의 가스 압력을 줄인다.
3단계 : 송신
각 로봇들은 화성 토양의 전도성과 지질의 연대를 측정하고 사진도 촬영한다. 또한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를 MRL을 거쳐 지구의 지상 관제소에 송신한다. MRL은 로봇들 사이의 상호 송수신을 돕는 통신허브의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