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수직동굴 뚫어 핵폐기물 처리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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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20:33
[매일경제: 2007년 11월 9일]
◆월성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착공◆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 건립을 위한 첫 작업은 각각 지하 80m와 130m까지 내려가는 완만한 경사 터널 두 개를 뚫는 일이다.
지상에서 내려가다가 한 번 꺾어져 다시 내려가는 이들 터널의 길이는 각각 1.5㎞와 2.0㎞에 달한다.
터널이 두 개 필요한 이유는 지하 80m 위치부터 130m까지 수직으로 깊이 50m 동굴을 뚫기 위해서다. 산을 관통하는 도로 터널을 뚫을 때 양쪽에서 동시에 파고들어가듯이 수직동굴의 위와 아래에서 각각 동시에 작업을 실시해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사 기법이다.
환경관리센터의 핵심은 바로 수직동굴이다. 암반층을 이용해 16층 아파트 높이에 직경이 30m로 만들어진 이 동굴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드럼을 매립한다.
수직동굴 하나에는 드럼 1만7000개가 들어간다. 환경관리센터는 이런 수직동굴을 1단계로 6개 만들 계획이다. 약 10만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규모다.
이 1단계 작업을 마치는 데 총 2년2개월이 걸려 2009년 12월 완공된다. 총공사비 1조5228억원(지역 특별지원금 등 포함)이 투입되는 대단위 사업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환경관리센터는 최종적으로는 총 80만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된다. 센터가 이처럼 수직동굴 방식을 선택한 것은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인 핀란드 올킬루오토와 스웨덴 포토마크 처분장 등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직동굴 하나에 드럼이 꽉 차면 빈 공간을 모르타르와 비슷한 재질의 채움재료를 이용해 밀봉한다. 지하수와 동식물 접근이 완전 차단된다. 지상 210만㎡(64만평) 용지에는 주요 설비용 건물과 사무실을 비롯해 수목원, 홍보관, 전망대 등을 설치해 생태공원이 조성된다. 모든 시설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해 관광명소로 육성한다.
환경관리센터에 처분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는 물론 병원, 산업체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주사기, 시약병, 각종 교체부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폐기물은 압축ㆍ고체화처리 과정을 거쳐 특수 운반용기에 담겨 운반된다. 현재 고리, 영광,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돼 임시 보관 중인 폐기물은 전용선박을 이용해 지정된 항로를 따라 해상 운송된다.
이 선박은 이중 선체, 이중 엔진을 설치한 특수 선박으로 방사선 차폐구조와 충돌방지 레이더, 위성통신 장비, 기상정보 장치, 화재방지 장치, 비상전원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이 선박으로 센터에 도착한 방폐물은 인수검사 시설에서 방사능 측정기와 X선,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방사능 농도와 유해물질 포함 여부 등 정밀한 검사를 받는다.
검사가 끝나면 10㎝ 두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담겨 운반트럭을 통해 처분 수직동굴로 이동된 뒤 크레인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현재 센터 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 운영은 새로 설립될 전담 관리기관이 맡을 예정이다.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 발생자와 관리자가 동일한 현재 시스템을 개선해 관리 사업자를 분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폐물 종합적 관리 방안을 담고 있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국회로 보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정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