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단지 니가타현 지진의 역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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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9 18:33
[매일경제: 2007년 10월 29일]
◆세계는 지금 원자력 헤게모니 싸움 ③◆ 지난 7월 16일 오전 동해와 인접해 있는 일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는 큰 충격에 빠졌다. 원전 7기를 운영 중인 세계 최대 원전단지 가시와자키 인근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원전시설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진은 원자력발전소 안전을 담보하는 설계값을 초과한 강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이목을 끌었다.
당장 이 피해는 일본 경제와 정치 심장부인 도쿄도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이 80여 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던 상황에서 도쿄전력의 공급 차질은 당장 국민과 기업활동에 엄청난 영향를 줬다. 정부는 연일 에어컨 사용 자제를 국민에게 부탁했고, 관공서는 물론 많은 가정과 기업에서는 선풍기를 사용하면서 '실내 온도 28도 이상 유지'라는 정부 방침을 따라야 했다. 일부 기업은 도쿄전력과 한 계약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전기를 받지 못하는 제한송전을 받아들이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정부는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해당 시설 점검이 완벽히 끝날 때까지 가시와자키 원전 가동을 무기한 정지시키고 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국민과 업계가 겪고 있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이 오히려 원전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는 데 큰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겐지 기무라 경제산업성 원자력정책기획국장은 "국민은 불편을 겪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번 사태로 인해 일본 국민이 원자력발전과 에너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사상 초유의 강진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누출 등 극단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면서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도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에너지 믹스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 선진국으로 통하는 일본이 향후 원전 확대 정책을 펴는 데 이번 사건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에너지 자급률이 한 자릿대인 자원 빈국이지만 국가 에너지 구성 비중을 뜻하는 에너지 믹스는 선진국형이다. 1970년대 에너지 소비 대국이던 일본은 30년이 넘는 노력 끝에 에너지 소비 고효율 경제로 탈바꿈했고 에너지 믹스 변화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1973년에는 석유 의존도가 73%에 달했지만 최근(2004년)에는 석유 10%, 천연가스 26%, 석탄 25%, 원자력 28%(2006년에는 30%), 재생에너지 10% 등으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있다. 특정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은 원자력 비중을 향후 40% 수준으로 더 높일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현재 30% 수준인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40%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원자력 정책 대강'을 확정했다.
주요 내용은 △민간 전력시장을 지향한 신규 원전 건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 재확보 △핵연료 재생을 위한 점진적인 홍보와 설득 △차세대 원자로인 고속증식로 조기 상용화 △외국 원전시장을 개척하는 원전업체 지원 △핵 비확산과 원전시설의 확충을 모두 만족시키는 국제체계로 적극적인 편입 등이다.
한마디로 원자력을 통해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국의 핵우산 허락 아래 인도 중국 등 원전 건설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