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전 원시새, 네 날개로 날았다" -화석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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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5 18:05
[한겨레 ; 2013년 3월 15일]
"1억년전 원시새, 네 날개로 날았다" -화석연구
오랜 동안 가설과 상상그림으로 제시되던 ‘네 날개의 원시 새’가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굴된 초기 새의 화석들에서 발견됐다고 중국 연구팀이 발표했다. 그러나 새가 나는 데에 이런 뒷날개(다리날개)가 어떤 구실을 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중국 지질학·고생물학 연구소의 고생물학자인 싱 수(Xing Xu)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3월15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낸 논문에서 백악기 전기(대략 1억5000만 년 전부터 1억 년 전까지) 지층이 있는 랴오닝성에서 발굴된 원시 새 화석 11종의 다리에서 깃털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03년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를 비롯해 네 날개 깃털을 지닌 공룡 화석들이 몇 차례 발굴된 적은 있으나, 공룡이 아닌 원시 새가 네 날개를 갖췄음을 보여주는 화석의 발굴 보고는 처음이다. 연구팀은 네 날개 깃털을 갖춘 공룡 화석이 있듯이, 초기 새의 화석에서도 다리깃털이 발견될 수 있으리라고 보고 그동안 랴오닝성에서 발굴된 원시 새 화석들을 조사해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다리깃털의 흔적을 갖춘 원시 새의 화석 표본 11개(사페오르니스 속[Sapeornis], 야노르니스 속[Yanornis] 등)를 증거로 보고했다. 깃털은 다리뼈에서 거의 수직으로 직접 길게 뻗어나왔으며 뻣뻣한 대(vein)의 구조를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여러 종의 초기 원시 새들에서 이런 다리깃털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는 네 날개 구조가 제한된 종에서만 나타났던 게 아니라 당시에 원시 새의 여러 종들에서 오랜 동안 나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깃털공룡인 미크로랍토르와 원시 새들의 다리깃털을 비교 분석해 얻은 깃털 진화와 관련한 결론도 함께 제시했다. 연구자들의 분석을 보면, 발을 포함해 다리 전체를 덮은 깃털은 처음에 일부 공룡들한테서 나타났고, 이것이 초기 원시 새들에서도 이어졌으며, 그러다가 점차 사라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깃털은 발 부위에서 먼저 사라졌으며 이어 다리 부위에서 서서히 사라졌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해석했다.
네 날개 공룡인 미크로랍토르의 발굴자이기도 한 싱 박사는 <네이처> 보도에서 “이렇게 여러 원시 새들이 긴 다리깃털을 지녔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일부 공룡과 원시 새의 네 날개 화석은) 비행의 기원과 깃털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발견들”이라고 말했다.
원시 새들이 네 날개를 지녔다면, 당연히 뒷날개는 어떤 역할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땅에 내릴 때 앞날개를 돕는 구실을 했을까? 아니면 비행 중에 방향을 조정하는 데 사용됐을까? 또는 비행과 관련이 없는 또 다른 기능을 했을까? 아쉽게도 이번 연구에서는 뒷날개가 새의 비행에서 어떤 구실을 했을지에 관해서는 분명한 결론이 제시되지 못했다. 미크로랍토르의 네 날개도 발견 이후에 ‘비행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를 둘러싸고 학계의 논쟁 대상이 된 바 있다.
네 날개 지닌 원시 새 화석의 발견 의미를 지나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연구자는 <네이처> 보도에서 적은 수의 화석 표본만으로 모든 원시 새들이 네 날개를 지닌 것으로 입증되지 않는다면서 “(복잡한) 비행의 기원 문제가 한 번의 발견으로 풀리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이언스> 보도에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고생물학자는 "대단한 연구"라면서도 "(그렇지만) 이런 깃털이 비행에 도움이 됐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랴오닝성의 백악기 전기 지층은 매우 고운 흙으로 이뤄진 이암층이 얇고도 층층이 쌓인 덕분에, 이곳에서는 긴 시간을 거치며 훼손될 수 있는 깃털까지도 화석에 잘 보존돼 그동안 깃털 지닌 공룡과 새의 화석들이 다량 발굴돼 왔다. 근래에 언론매체에서 자주 주목받는 깃털 공룡들에 관한 주요 논문의 상당수가 랴오닝성 화석 연구에서 나왔다 (참조 글: 새야? 공룡이야?..'깃털공룡' 화석들이 남긴 쟁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