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추진 21년만에 9일 착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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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17:32
[경향신문: 2007년 11월 8일]
경북 경주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이 우여곡절 끝에 9일 착공된다. 공식 명칭은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 방페장 건설은 정부가 1986년부터 후보지를 찾기 시작한 지 21년만에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방폐장 입지 여건의 타당성과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의회·학계·환경단체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66년간 사용 가능=방폐장은 신월성원전 옆 213만㎡에 총 80만 드럼(드럼 당 200ℓ) 저장규모로 건설된다. 우선 1단계 공사는 1조5000억원을 들여 10만 드럼을 저장할 수 있도록 2009년말까지 완공한다. 아시아 최초의 지하 굴착을 통한 동굴처분방식이며 100% 국내기술이다. 2단계 공사는 70만 드럼 저장규모로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해상을 통해 운반되는 폐기물을 내년말부터 1단계 방폐장에 저장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80만 드럼 분량의 방폐장 공사가 모두 완공되면 2073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시에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을 비롯해 3조2000억원의 지원사업이 이뤄진다. 폐기물이 반입될 내년말 이후부터는 매년 반입수수료 85억여원도 경주시로 들어온다. 이 외에도 한수원 본사와 양성자 가속기 사업지가 2010년까지 옮겨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방폐장유치지역지원위원회는 경주시가 요청한 총 62건, 4조5623억원의 지원사업 중 천북산업단지 조성, 황룡사지 복원, 컨벤션센터 건립 등 모두 48건에 3조2095억원을 확정했다.
방폐장은 2005년 11월 군산·영덕·포항 등 4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유치 희망여부를 투표해 경주시가 최종 입지로 확정됐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경주는 기대와 혼란이 교차하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비의 배정시기가 불확실하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시의회는 지원사업 중 최대 숙원인 역사문화도시 조성관련 사업비(1조3020억원)의 배정이 늦어지고, 애초 지난 9월 나올 예정이었던 문화재청과 문화관광부 등의 타당성 용역조사 결과가 12월로 연기된 것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지역 사회·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경실련 부설 원전정책연구소는 지난 6일 신월성원전 1·2호기에 대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냈다.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 강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경실련 관계자는 “2001년 신월성원전을 설계할 때 비활성단층으로 분류한 원전 주변이 활성단층으로 밝혀졌는데도 한수원측은 설계변경이나 내진설계 강화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희망연대도 성명을 내고 “지진으로부터 원전과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진 및 지질관측소와 기상관측소를 경주에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주|백승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