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알래스카 육지늘어’ NY타임스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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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9 10:20
2009.05.19 <일간경기>
지구온난화가 좋은 사람들도 있다. 알래스카의 일부 주민들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육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1면에 “기후변화가 빙하를 녹이면서 알래스카 쥬노의 숨겨진 땅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발업자 모건 디보 씨는 98년 글레이셔 베이에 9홀 골프장을 개장했다.
그의 부모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50년전이지만 당시 그 땅은 수면아래 있던 곳이었다. 디보어 씨는 “현재의 드라이빙 레인지는 밀물이 들면 완전히 잠겼다”면서 “계속 육지가 늘고 있어서 9홀을 추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질학자에 따르면 수십억톤 무게의 빙하가 서서히 녹으면서 육지가 마치 쿠션과도 같은 반발력으로 융기한다는 것이다. 해수면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비단 알래스카만이 아니라 그린랜드를 비롯한 북극의 육지들이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쥬노 지방의 경우 1년에 30피트 이상 빙하가 녹고 있지만 이런 현상들이 눈에 띌 정도인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로 인해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습지대가 말라붙고 개울도 사라지는 등 여러 가지 환경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 생긴 땅에 대한 소유권과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도 발생한다. 빙하에 의해 오래전에 퇴적된 침식물이 바다로 이어지는 물길을 막아버리는 일도 생겼다.
수십년전에 큰 배들도 쥬노의 도심과 북서쪽으로 10마일 거리에 있는 오크 베이의 더글라스 섬을 오갈 수 있었지만 현재는 진흙이 썰물에 씻겨내려와 해로를 막아버렸다. 지질학자인 브루스 몰니아 씨는 “멘딘홀 빙하에서 흘러내려오는 퇴적물이 많아져 강들을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썰물 때면 걸어서 갯벌을 오가고 바다에 떠 있던 부표들은 진흙더미에 묻혀 있다. 알래스카 사우스이스트 대학의 수문학자 에란 후드 교수는 “더글라스 섬은 이제 육지가 되버렸다”고 지적했다.
2007년 ‘기후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쥬노 지방의 기후문제를 예견했던 그는 “이미 4,000 에이커에 달하는 습지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해변과 연결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카약을 즐기던 사람들이 배를 들고 모래구릉을 지나, 갈대숲과 작은 나무들을 가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후드 박사는 “사람들이 수풀이 있는 땅으로 바뀐 곳을 걸어다닌다. 결국에는 숲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질학적 변화는 생태계에 중대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흔히 잡히던 연어가 줄어들기때문이다.
쥬노시의 브루스 보텔로 시장은 “바다로 나간 연어가 돌아와야 하는데 강물길이 막히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심각성을 제기했다. 쥬노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보텔로 시장은 “연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 주민들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어종”이라고 생태계 파괴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연어의 물길인 ‘더크 크릭(Duck Creek)’이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작은 개울들이 계속 말라붙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년간 육지는 10피트 정도 올라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수록 육지의 융기는 계속되서 2100년이면 3피트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쥬노와 통가스 국립공원 일대는 북아메리카 판구조 아래 에 있는 태평양 지각판이 밀어내는 힘으로 융기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개발업자인 디보어 씨의 토지가 있는 구스타버스는 일년에 3인치씩 올라가고 있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빨리 융기현상이 진행되는 곳”이라고 소개한 다보어 씨는 골프장 확장 계획을 추진하면서 지역정부와 새롭게 확보되는 토지 보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북쪽의 하이네스 타운에서 자랐다는 교사 크리스틴 화이트(28) 씨는 “아버지가 이곳의 토지를 팔려고 했을 때 땅이 더 늘어나는 바람에 측량을 새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맨덴홀 빙하를 방문한 기억이 있다는 화이트 씨는 “토지가 늘어나서 얻는 이득은 쓰라린 달콤함”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만일 당신이 스모키 마운틴 주변에 살고 있는데 어느날 그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고 상상해보라. 정말 슬플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