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5 <한겨례>
세계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고유가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23일 주요 8개국, 신흥 15개국 및 산유국 에너지장관 회담이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유가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리비아의 슈크리 가넴 석유장관도 “유가가 75달러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는 “이른 시기에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최근 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시장 때문이 아닌 투기에 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는 지난해 7월 한때 장중 147달러를 넘어서더니 같은해 12월 3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더니 다시 점진적으로 올라 이제 60달러대까지 근접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오펙)는 오는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원국들이 모여 당분간 생산량을 늘리지 않기로 합의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주요 8개국 에너지장관들은 에너지 분야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다나카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에너지 부족) 위기를 피하려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에너지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공급이 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 부족으로 결국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곡물가와 공산품 가격도 덩달아 올라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4일 올해 전세계 전력수요가 지난해보다 3.5% 줄어들어 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전력 수요가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반면 전세계 원유·천연가스 개발 예산은 지난해보다 21% 줄었다고 밝혔다. 수요가 줄었지만, 공급 감소폭이 더 커 유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디오 스카졸라 이탈리아 에너지장관은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끝나면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 유가 상승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장관도 “유가 상승은 세계경제에 또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수급)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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