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지질구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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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10:34
2009.05.28 <경남도민일보>
지표나 얕은 지하를 활용하여 자원을 개발하거나 구조물을 건축할 경우, 현행 법규에서는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항목 중에는 해당 지역의 지질을 조사한 결과와 그 적정성 여부가 포함된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보면 왜 지질조사를 해야 하는지의 의미도 모른 채 그저 항목 채우기에만 급급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질조사는 일반적으로 조사지역의 지질분포와 지질구조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지질분포는 그 지역 암석들의 종류와 그들의 공간적인 관계를 말하며, 지질구조는 암석 내외부에 발달한 특징적인 형태와 방향성을 뜻한다. 지질조사는 전문가가 야외에서 직접 수행하고, 필요하다면 특정 장소에서 시추하여 지하의 연장을 파악하기도 한다. 이런 조사의 결과로부터 우리는 조사지역 지질 전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부실한 지질조사, 사고로 이어져
그런데 건설이나 토목공사 현장에서 활용하는 지질에 대한 정보는 매우 단편적이다. 암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자연과학에서 암석이라 하면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으로 크게 세 가지 구분을 하고, 각각의 구분 안에서 화강암, 섬록암, 사암, 이암, 편마암, 편암 등으로 다시 세분하게 된다. 그러나 공사현장에서는 암석을 강도에 따라 약하면 연암, 보다 단단하면 경암, 그리고 지하의 매우 단단한 기반암 등으로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런 현장 편의적인 암석 분류는 암석의 종류와 구조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더욱 구체적인 지질조사를 시행하여 암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해야만 지질에 대한 환경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암석의 강도는 원래 암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암석이 겪은 풍화과정의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지표 암석의 풍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화학적인 풍화작용이다. 이 풍화는 물과 암석이 반응하여 진행되는 것으로, 물이 암석 내부로 스며들어 광물들과 지속적으로 반응하면 원래의 광물이 변질하면서 풍화가 진행된다. 암석이 풍화되어 강도를 잃어버리면 궁극적으로는 토양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면, 물이 어떻게 암석 내부로 스며들 수 있을까? 그 답은 암석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지질구조가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얘기다. 암석에는 크고 작은 틈이 존재한다. 이 틈이 암석의 구조적 특징 중 하나다. 이 틈은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지며, 절리, 엽리, 층리, 균열 등으로 불린다. 이런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암석의 풍화, 즉 암석의 강도와 암반의 지지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암석 내의 틈이나 단층과 같은 큰 파쇄대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구조들을 간과하면 큰 피해로 이어진다.
암반의 구조적 취약성 살펴 공사해야
지난 5월 18일 경기도 화성시의 택지개발지구 내 터널 공사장에서 암반 절개지가 무너져 인부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을 살펴본 어떤 전문가는 지질조사의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암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 역시 공사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했고, 지질에 대한 조사를 수행했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질조사가 잘못되었든지, 아니면 지질조사의 결과를 무시했든지 분명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국내의 많은 곳에서 암반을 절개하거나 지표 위에 구조물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시 한번 지질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사현장에서 인위적인 재해를 막으려면 제대로 된 지질조사가 필요하다.
/좌용주(경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